둘째 출산예정일을 한 달 앞둔 만삭임산부는 큰 아이 어린이집 낮잠이불 보따리를 들고어린이집 등원시키는 길이었다. 전날 밤새 내린 비로 숱한 벚꽃잎들은 땅에 떨어져 촉촉한 카펫을 만들어놓고 비 온 뒤 부는 바람에 꽃비가 내렸다. 꽃잎으로 풍성했던 나무는 그 예쁜 봄옷을 벗고 있었다.
오늘 아침 꽃과 잎이 함께있는 벚나무
만삭임산부는 호르몬 때문인지 애둘딸린 아줌마라는 타이틀을 앞둔 탓인지 나의 봄 같은 청춘도 이리 속절없이 지는 듯한 안타까움에
"꽃비가 내리네. 에고... 꽃이 다 진다. 너무너무 아쉽다. 봄이 가버리는 거 같아서."
"엄마 잘 봐봐요. 초록색 꽃이 또 나오고 있잖아요. 나무가 씩씩해질 거야. 엄마도 씩씩해져야죠."
아이 말에 나무를 올려다보니 꽃잎들이 진 자리에 새 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세 돌도 안된 아이 눈에 초록색 잎들은 씩씩해 보였나 보다. 그간 하얀, 혹은 창백한 분홍색의 꽃잎이 만개했을 때만 예쁘다고 생각했지 새로 돋아나는 잎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던 스스로가 머쓱해진다.
그러다 화단에 한껏 차오른 철쭉 봉오리를 가리키며 한마디 보탠다.
"엄마 이 꽃은 뽀뽀해 달라고 이렇게 입을 오므리고 있잖아요. 이제 이 꽃들을 보면 되요."
꽃봉오리를 보고 꽃이 뽀뽀하고 싶다고 느끼는 너. 벚꽃이 져도 철쭉을 기다리는 기대를 가지게된건 그때 아들 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