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채용했던 동료가 있다. 지금은 우리 회사에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데, 그 친구의 태도가 아주 미세하게 바뀐 것이 느껴진다. 일하는 열정과 태도는 그대로지만, 내 결정을 기다리는 순간이 있다. 같이 일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본인 의사를 표현했고,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견을 표현하는 강도가 아주 조금 약해졌다.
또 다른 동료가 있다. 내가 정말 아꼈던 주니어 직원으로, 나이답지 않게 시키지 않아도 일을 잘하는 친구였다. 그래서 영입할 대상을 점찍어 두었는데, 내 비전을 설명하고 합류를 제안했을 때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여러 경로로 들어본 그의 생각은 내 비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충분한 설명을 했고,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기에 이런 반응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을 잘하더라도 리더의 비전을 100% 이해하는 동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심지어 같이 창업한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내 비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채는 동료는 없다.
이처럼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와 대표가 아닌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 가끔은 답답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감정의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 내게는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곳도 마땅치 않다. 다른 대표들에게 이야기하면 초보 대표의 푸념처럼 보일까 싶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도 이 감정을 온전히 이해시키기는 어렵다. 대표가 되고 나니, 이전과는 마치 다른 시공간에서 사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만, 이걸 불만으로 여기거나 누군가에게 토로하기에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 비즈니스 기회는 계속 보이고, 나와 동료들이 이 기회를 좋은 비즈니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과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만족스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운함과 외로움은 계속되겠지만, 결국 대표로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와 대표가 아닌 동료의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내 역할을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