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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19. 2020

2-2 세상을 감상하는 것은 마음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세상과 호흡하세요


세상을 감상 하세요. 마음을 감상하세요


발걸음 사이사이의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 햇살 아래 배롱나무가 공작의 깃처럼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배롱나무의 곳곳에 시선을 딛습니다. 매끄러운 결을 만져 보고 싶어집니다. 생각만큼 곱고 매끄럽습니다. 배롱나무의 고운 결을 닮고 싶었습니다. 보드랍게 만져주니 가지를 살랑거리며 간지러워 합니다. 그렇게 배롱나무와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체만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배롱나무를 그립니다. 그림 속에 배롱나무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말이 없습니다. 아무 말 없이 그림을 그립니다. 하루 이틀 사흘... 열흘 아직 내 마음의 빛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며칠이고 바라보고 바라봅니다. 기다립니다. 시간을 두고 마음을 두고 기다립니다. 내 마음이 어떠한지 기다립니다. 가지들의 속삭임을 들으려 숨죽여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 속 배롱나무가 저의 간절함을 느낀 것처럼 슬며시 뽀얀 발을 드러냅니다. 배롱나무줄기 끝자락에 가지런히 발을 그려 주었습니다. 나무는 다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무가 숨을 쉬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에게 발을 그려 준 것은 내 안에 품고 있던 희망이 일는지 모릅니다. 물에 배롱나무의 마음을 비춰봅니다. 아직 여린 소녀의 마음입니다. '아직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못했습니다. 이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시작한 소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렇게 여린 네가 많은 것을 견디며 마음을 감추고 있었구나. 물이 흐르듯 하염없이 감동이 흐릅니다. 그렇게 내게 말을 건네준 첫 번째 자연입니다. 풀벌레와 함께 자라던 아이가 엄마가 되어 처음으로 제 마음에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시간 흐르고 나무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그동안 무슨 생각을 했니’하고 인사합니다. ‘서로를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줄 아니?’라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한가득 퍽 차오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과의 대화는 작은 실 오르라기처럼 당신께 다가와 온몸에 온기를 전해줄 것입니다. '내 마음아 고마워’, '나에게 손을 내밀고 기다려 줘서 고마워’ 오늘 나의 마음을 안아 해주세요. 내 마음을 바라보고자 한다면 마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나무를 통해 느껴보세요.
점차 나무에게 많은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왜 나무가 발을 갖게 되면서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가?
왜 나무가 꿈을 갖길 소망하는가?


왜 나무가 자유롭게 꿈을 표현하길 바라는가?
맨발의 배롱나무는 무얼 하고 싶니? 내가 던졌던 질문을 생각합니다. 왜 배롱나무에게 무얼 하고 싶냐고 물었는지를요. 그러자 나무에게서 나의 마음을 표현하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그림은 저와 하나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작은 것부터 감상하세요. 많은 감상들로 채우기 보다 하나의 감동에 마음을 열고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기다려 주세요. 기다린 다는 것은 상대를 바라보고 온전히 공감하는 것입니다. 네가 얼마나 소중한 하나의 씨앗 알갱이인 줄 아니?’라고 말해 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삶이 특별해지기 시작합니다. 내 몸 안에 감동이 우리의 감동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세상을 감상한다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기와 같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 누구도 지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쉼 없이 밀려오는 일과들로 자신을 돌볼 시간마저 부족합니다. 한낮 가을 낙엽 빛이 가슴을 물들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으니 사람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봄날 들녘에 풀피리 피식피식 소리에도 감사했습니다. 내 키보다 더 높게 자란 풀숲을 가르며 까질러 다니던 아이는 어미가 밥을 먹어라 불러대도록 세상 구경 놀이에 해 떨어지는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을 깊이들이 마시며 살아왔습니다. 문밖을 열면 사계절 자연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작품 속에 뒹굴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세요.

세상이 변했다 하여도 보도블록 틈 사이로 가늘게 비집고 올라와 자신의 온기를 내 비치는 생명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회색빛 빌딩 숲 사이로 밝게 비치는 불빛들에 취하기도 합니다. 감상은 작은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림이란 바라본 세상 속내를 작가의 삶으로 재해석하고 작가의 마음 언어로 표현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것들을 갈망합니다. 우리의 뇌는 어제의 것보다 오늘은 좀 더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점점 자신도 모르게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집니다.
왜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것들에 목말라 있을까요?
예술은 위안을 넘어 삶을 극복시켜주는 것,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라 합니다. 매일 새로운 것들이 아닌 오늘 내 곁에서 숨 쉬고 있는 소중함을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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