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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볼까 합니다 Sep 02. 2023

전문가가 판치는 세상에 숟가락 얹기

운동을 머리로 배우네 ㄷㄷ


 이 말이 왜 이렇게 아니꼽게 들렸을까? 운동중독자인 나는 지난번 인바디 결과가 안 좋아서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부학 피트니스 책을 샀다. 첫 번째 책을 다 읽고도 뭔가 아쉬워 두 번째 책을 샀다


“지난번에 산 책 다 읽었음. 두 번째 책 샀음”
“운동을 머리로 배우네 ㄷㄷ”
“아니, 유튜브도 보고 있다고~ 처음 샀던 책이 조금 아쉬운듯”
“운동을 눈으로 배우네…ㄷㄷ”
“애매하게 가르쳐 주는 트레이너한테 배우는 것보다 나을 거 같음”


“운동을 머리로 배우네, 운동을 눈으로 배우네.” 친구의 말들이 유쾌하지 않았다. 그 말 속에는 운동은 몸으로 배워야 해. 라는 친구의 의견이 들어가 있었다. 책이나 유튜브로 영상을 볼 시간에 가서 운동이나 하라는 말도 들어가 있었을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그 친구보다 운동을 적게 하지도 않았다. 그 친구보다 잘 못하지도 않았다.


머리로 말고 눈으로 말고 어떻게 배우는데? 네가 받던 PT 트레이너는 어떻게 배웠는데? 근육이 어떻게 생겼는지 안쪽까지 실제로 봤 대? 책으로 배우거나 영상을 보고 배우지 않았을까?” 그렇다. 나는 말싸움을 잘한다. 그렇지만, 받아치지 않았다. 참는것도 잘 하는  어른이니까.


 운동은 내가 훨씬 많이 하는 걸 알 텐데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했을까 따져 묻고 싶어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지만…어쨌든, 책 한 권 안 읽고 아는 척하는 것보다, 운동도 하고 책으로도 배우는 게 나은 거 아닐까?


 헬린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헬스와 어린이를 더한 말이다. 초보자를 표현하는 합성어가 어린이로 표현된 말이다. 수년간 운동을 한 사람도 스스로 헬린이라고 칭한다. 고 숙련자도 이렇게 이유는 운동은 배울수록 어렵고, 사람마다 맞는 다른 방식이 있어서 훈수를 두지 않으려는 모종의 마음가짐도 들어간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헬스를 하고 있는 초보자를 표현하는 멋 적게 쓰는 단어이기도 하지만…후자의 헬린이들은 훈수 두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그랬다. (훈수두기 바빴던 부끄러운 과거여) 2년이 넘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인스타 에서도 운동 관련된 짧은 영상을 보다 보니, 알고리즘에서도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는 채널들이 떴다. 보통은 운동 영상을 알려주는 채널이었다. 그중 얼마 생긴지 안되는 인스타그램도 있었다. 운동을 할 때 내가 고민을 하던 부분들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최근 유튜브에 진짜 전문가(김명섭 관장님)에게 들었던 내용들도 들어와 있어 그 채널을 팔로우 했다. 게시물들 속 영상의 주인공은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습득한 방식을 최대한 알려주려는 사람 같았다. 새로 시작한 온라인 PT 스타트업과 게시물들을 통해… 게시물 속 등장한 단어들은 이런 단어들이었다. “48kg이었던 내가(멸치가), 1년 동안 돈을 들여 배운 것들” 그 채널 주인은 몸이 멋있고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그렇지만 보디빌딩을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것 같지는 않았다. 일정 기간 동안 성장하고 그 배운 점들을 사업으로까지 확장시켜 나가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댓글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님한테는 배우고 싶지 않네요” 이 댓글은 질투였을까? 어린 나이에 경험으로 아는척하는 모습이 보기 싫은 사람의 지적이었나?

 

 나는 그런 똥 같은 댓글들을 인터넷에 남기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랬어야 하나 싶다. 타인을 알려주기 위한 요구 조건은 무엇일까? 누가 전문가일까? 오랜 기간은 전문가의 필수 요건일까? 짧은 시간이라도 성공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일까?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면, 알려주는 사람은 꼭 전문가여야 할까? 받아들이는 사람이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전문가의 방식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전문가도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고, 여러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우리는 이미 전문가가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이 진리이며, 얼마나 큰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 채 눈앞에 방구석 전문가가 많은 세상에서 말이다. 코끼리의 발바닥만 만지고 코끼리를 묘사하는 게 세상이니까. 인터넷에 뿌려진 많은 정보들도 이미 그 선에 들어선지 오래다. 네이버에서 수십 개의 직업을 갖고 있던 지식in 전문가와 그다음으로는 나무위키 수많은 편집자들, 틀린 정보를 그대로 전달해 주는 챗 GPT까지. 선동을 위한 유튜브 채널은 어떤가? 우리 세상엔 이미 반드시 진리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에서만 그럴까? 직업이란 자아실현의 수단이 아니라 그저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하는 내가 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실력 없는 직업인들이 판치고 있는 세상에, 그들은 과연 전문가일까? 그런데, 왜 타인에게는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걸까?


 사회생활을 할수록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게 반드시 사실일 필요는 없다. 그냥 틀리지만 않을 정도의 진실이 가미된 내용이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우리 세상은 우리가 편집적으로 집착하는 정도로 진실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고 생각해야 한다.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르면 그냥 지나치면 되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미는 건 전문가나 경험자의 태도가 아니다.


 한 개의 직업을 갖고 지내던 시기를 지나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수록, 우리 모두 전문가인척하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쓰면서 작가인 척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는 지금 그냥 그런 세상에 사는 것뿐이다. 허접한 전문가의 글은 안 읽히면 그만이다. 어떤 의미로 우리 모두 전문가이다. 그러니 타인의 의견에 대해 전문가적 태도를 갖추자. 자신의 의견을 밑에 깔아 두고 자신의 진리만을 믿지 않는 태도를 가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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