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만난 청춘
도시에 도착한 첫날은 온종일 구석구석 걸어 다니곤 합니다.
그를 만난 건 그렇게 정처 없이 트빌리시를 걸어 다닐 때였죠.
다리 위에 쭈욱 늘어선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오래된 건물들을 지나고 강과 교회 주변을 거닐었습니다. 아주 낯설지도 그렇다고 아주 익숙하지도 않은 거리의 모습에 자꾸 정이 가네요. 오래오래 머물고 싶게 만듭니다. 그러다 가게 출입구 앞 작은 정원을 예쁘게 단장해 놓은 와인숍이 눈에 띄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그때 한 남자가 밝게 웃으며 가게 안에서 나왔습니다.
“안에도 예뻐요. 들어와서 구경하고 사진 찍어요. 와인도 한잔 하고요.”
마다 할 이유가 없어 들어 가 구경도 하고 시음용 와인도 맛보고 손님들이 온 틈을 타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방금 날 맞이했던 남자가 따라 나왔습니다.
“같이 걸어도 될까요?”
“그럼요.”
“올드 타운 가볼래요?”
“그래요.”
“여행 중이죠? 나도 열 달 동안 혼자 여행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수년 전 유럽 여행을 했는데, 당시 조지아 인들은 비자 없이 유럽을 다니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권도 없던 그는 이름이며 국적까지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고 경찰서를 오가며 집시처럼 떠 돌아다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십 대 청년인 그의 이름은 데윗.
그는 올드타운으로 안내하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스탈린이 태어난 곳. 신학대. 제일 오래된 교회, 온천 등등.
하맘 근처에서는 ‘뜨거운 물이 온다’는 트빌리시의 뜻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는 일을 하러 와인숍으로 돌아가며 내일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해서 다음 날 우리는 다시 만났지요.
데윗과 그의 친구인 니노까지 셋이 함께 트빌리시의 강가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보내고 니노는 일 때문에 금방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저는 데윗의 집으로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그의 집은 겉은 허름한 아파트 같았지만 안은 복층구조의 깔끔하고 널찍한 곳이었습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그는 조지아에 대해 좀 더 알려주었어요.
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보여준 동영상에 나와 있는 조지아의 전통 춤과 음악이었습니다.
강하고 박력이 넘치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춤!
댄서들 스스로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가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각각의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스토리까지 만들어냈습니다.
군무와 솔로의 적절하고 적당한 조화. 와, 이건 정말 실제로 보고 싶습니다!
동영상으로 한껏 흥을 돋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데윗은 저 그맘때와 아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해. 이건 좋다. 이건 나쁘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지 마라.
어떻게 알아? 해보지도 않고, 살아보지도 않고.
마치 로봇처럼 결혼하고 아이 낳고 돈 벌고
세상이 정해 놓은 틀에서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지.
내 친구들은 벌써 많이들 결혼했어. 아이도 있고.
그들의 삶이 어떤지 알아?
일어나서 밥 먹고 일 하고 집에 와서 자고 일어나고. 매일매일 똑같아.
나 아직 어려. 벌써부터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
어쩐지 그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 손을 꽉 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