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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스피치는 열두 살에 시작되었다.

하루 세 마디 밖에 못하던 아이, 발표가 시작되었다.

by 신수현

어릴 적 내 별명은 ‘세 마디’였다. 하루에 하는 말이 세 마디 정도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엄마는 “네”라는 말만 세 번 하면 끝난다고 하셨고, 그 모습을 보시며 웃으셨다.

집 안에서 나는 조용했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늘 어려웠다.

말을 꺼내기 전에 한 번 더 숨을 고르는 아이였다.


하지만 나를 다르게 바라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나를 처음 주목한 이유는 단순했다.

공부를 잘해 부회장을 놓치지 않던 언니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름보다 관계로 불렸다.


‘누구의 동생’이라는 말에는 은근한 기대와 미묘한 비교가 담겨 있었다.

말수가 적은 나는 그 기대 앞에서 더욱 작아졌다.


책 읽는 것은 좋아했지만, 남들 앞에서 소개할 때면 목이 잠기고 눈물부터 나왔다.

발표하다 울어버린 기억이 여러 번 있어서, 나 스스로도 무대공포증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이름이 불렸다. 독후감 발표였다.

반 앞이 아니라 전교생 앞에서였다. 나와 한 남학생이 지목되었다.

그때 나는 “싫어요”라고 말했어야 했지만,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거절하려면 용기가 필요했고, 나는 그 용기를 내는 법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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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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