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수현 5시간전 brunch_membership's
엄마의 시간은 늘 발효 중인 메주처럼 눅진하고 분주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읽히지 못한 문장들로 가득 찬 두꺼운 고서와 같았다. 초등학교 담장 너머의 세상은 엄마에게 허락되지 않았으나, 엄마는 흙을 일구고 식재를 다루는 법을 스스로 깨치며 자신만의 비문(碑文)을 생활 속에 새겨 넣었다.
일곱 남매의 도시락 가방이 아침마다 현관 앞에 나란히 놓일 때, 그것은 엄마가 밤새 꾹꾹 눌러 쓴 일곱 권의 단편소설이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고 엄마의 하루가 시작되면, 집안의 공기는 일제히 낮은 저음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부엌의 칼질 소리와 밭이랑을 고르는 호미 끝의 금속성 소음들. 엄마의 자리는 늘 집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쪽이었다.
문이 열리는 새벽부터 문이 닫히는 심야까지, 엄마의 동선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실에 묶여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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