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는 시속 90km로 달리고 있을 것이다. 90km는 고속도로에서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속도이다. 내 차는 소형이라 110km만 달려도 차가 흔들거리고, 새가슴인 나는 그 이상 속도를 내본 적이 없다. 90km는 한산한 도로, 야간 시간에도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직진해야 하는 속도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띄워져 있는 것도 볼 수 없는 속도이다. 90세 노인의 시간은 그저 '훅' 하고 지나가 버리는 바람처럼 느껴지는 속도이다.
며칠 전, 엄마는 문득 이런 이야기를 했다.
"40살 이후로는 시간이 빨라졌어. 20대에서 30대까지는 시간이 천천히 흘렀는데, 40대 이후로는 40킬로, 50킬로, 60킬로… 이제는 90킬로로 달리는 기분이야. 너희 어렸을 때는 시간이 얼마나 느렸는데... “
엄마의 이 이야기는 단순히 노화에 따른 감상이 아니라, 심리학에서 말하는 카이로스 효과(Kairos Effect), 즉 주관적 시간의 상대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경험담이다. 나이가 들수록 살아온 전체 시간 대비 1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어 시간이 가속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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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