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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눈엔 다 보여...

어린이의 거짓말에 속는 어른은 없다.

by 신수현

내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한 때가 언제였을까?

아주 어릴 적,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화장품이 뭔지도 모를 아주 어린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성경 속 아담과 하와 이야기가 떠오른다.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먼저 따 먹은 하와, 그리고 그 열매를 하와로 넘겨받은 아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사람은 본능적으로 숨고, 변명하며, 거짓말을 했다. 하와는 뱀을 탓하고, 아담은 하와를 핑계 댔다. 심지어 하나님이 주신 여자에게서 받은 거라면서 하나님을 탓하고, 그렇게 인간에게 첫 거짓말이 생겨났다.


나도 그랬다.

아주 어릴 적, 엄마 방에는 화장대가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 얼굴에 바르는 것이 뭔지, 화장이 뭔지 알 나이도 아니었는데도 반짝이는 병들과 상자들이 이상하게 내 눈을 자극했다.

파운데이션, 립스틱, 로션. 마치 열면 안 되는 판도라상자처럼...


어느 날, 엄마가 없을 때 파운데이션을 꺼내 얼굴에 발랐다.

아이 피부에 바르니 내 눈에는 티가 나지 않았다.

신나서 얼굴 가득 바르고 밖에 나갔다.

그때 엄마가 나를 보고 물었다.


“얼굴에 뭐 발랐어?”

“아니요… 안 발랐어요.”


그때 엄마의 표정은 거짓말을 해도 화를 내지 않으시고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내 눈에는 안 보였지만 엄마 눈에는 분명히 보였을 것이다.

아이 피부는 투명하고, 내가 화장품은 고르게 바르기 어려워 티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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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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