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아니, 믿는 척했다. 그렇게 하는 게 서로에게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엄마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말투 뒤에는 항상 숨겨진 무언가가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예민한 아이였다. 말보다 기분으로 먼저 반응했고, 마음속에 담긴 것을 입 밖에 내는 데 서툴렀다. 그 때문인지 악몽을 자주 꾸었고,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면서 깨어나곤 했다. 그래서 엄마는 걱정스러운 일도 나에겐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에겐 나누었다. 내가 조금 더 편안한 잠을 자기를 원하셨을까? 이상하게도 나는 그 ‘괜찮아’라는 말이 진짜라고 믿었다. 적어도 엄마는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모른 척했던 것뿐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신수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