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집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입이 늘지 않는 한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가치가 있을 만한 물건들은 중고로 팔고, 이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버릴 물건들은 무료로 나누기로 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배우던 악기를 처분하려니 마음이 무겁고 슬펐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취미를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취미를 포기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작은 즐거움을 잃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했다.
가끔 가격을 낮췄음에도 이웃들이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다. 애지중지하던 물건인데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면 판매를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판매를 미루면 가격이 더 떨어질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구매자가 나타나면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건을 처분하면서 경제력이 줄어드는 비참함과 불편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이 점차 사라졌다.
얼마 전, 소파를 처분했다. 처음에는 침대 겸용으로 샀지만, 허리가 아파 결국 매트리스를 추가로 구매해야 했다. 결국 소파는 TV를 볼 때 눕는 용도로만 사용되었고, 나중에는 침대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문제까지 생겼다. 시간이 지나 구매자가 나타났고, 나는 구입가보다 30%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 소파가 사라지자 거실이 텅 비었고,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처음에는 허전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거실이 쾌적해지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는 청소다. 사실 청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청소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소는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이 필요하며, 전후 비교가 가능해야 한다. 가구와 책, 가전제품을 정리하면서 집이 넓어지고 깨끗해지는 것을 보며 청소를 싫어하던 내가 점점 청소를 즐기게 되었다. 정리 후 내 삶은 예상과 달리 불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공간이 여유로워져서 생활이 더 편안해졌다. 그래서 더 빨리 비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아껴두고 미쳐 버리지 못했던 것들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을까? 그것들이 사라지면 불안하고 허전해질까 봐 미루고 미루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특별히 친하지도 않은데 여러 약속을 잡고,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며 살아간다. 대화의 내용도 특별할 것 없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지도 않는다. 많은 인맥이 자산이라고 하지만, 정작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함께한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 내가 그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는 안타까움 등이 얽혀 있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만, 막상 만나면 상대에게 기대가 커지고,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관계를 멀리해야 할 순간이 오면 망설이게 된다. 내가 선택했던 것들과 베풀었던 것들에 대한 원금 보상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정리하면서 깨달았다. 비우는 것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그들은 나의 가족도, 비즈니스 파트너도 아닌,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를 잃어가는 소파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있을 때는 푹신하고 편안하지만, 막상 사라진다고 해서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비우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좋다고 여겼던 것들이 정말 좋은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구와 책이 많을 때는 청소를 소홀히 했고, 지저분한 모습을 가리기 위해 또 다른 가구와 책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정리하고 보니, 그 모든 것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배낭 하나만 있어도 길을 떠날 수 있는 나그네처럼, 내 마음과 몸도 더욱 가벼워졌다.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많지 않으며, 물건뿐만 아니라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