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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샘 Feb 01. 2022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3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3.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누구나 살면서  번인가는 행복한 시간을 겪게 되고, 우리는 그런 시간을 ‘추억이라고 부른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문턱 사이에서 참여했던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재활훈련 과정의 첫날부터 내가 느낀 감정은 ‘안온함’이었다.  질병이나 사고로 중도실명이란 인생의 난관에 맞닥뜨린  훈련 동기들과 그런 우리들을 보살펴주는데 익숙한 선생님들… 그런 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내가 배려받는지도 모르게 배려받는 시간이었다.


수업은 크게 점자수업과 보행수업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생활교육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 교육 구성을 들었을 때는 별걸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하나하나가  없어서는   주옥같은 수업이었다.


한시복(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의 줄임말) ‘  겨울 바람이 분다 송혜교 씨와 ‘적도의 남자’의 엄태웅   드라마상에서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시각장애인의 생활방법 등을 배우기 위해 방문했을 정도로 시각장애인 복지관계에서 전통 있는 기관이었고, 그런 만큼 재활훈련도 쌓아온 노하우가 남다른 곳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갑자기 떨어진 것과 같았다. 내가 읽던 글들을 읽을  없게 되었고, 내가 걷던 방식으로 걸어서는  걸음 가지   장애물과의 감격적인 포옹을 하게 되는… 그런 낯선 세상으로 내동댕이 쳐진 .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알아가야 하는 . 그것이 바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고,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한시복에서 내가 해야  일은 새롭게 읽는 법을 배우고, 한번  걷는 법을 익히고, 다시 사는 법을 알아 가는 일이었다.


수업의 시작은 점자 수업이었다. 점자에 대해서는 점으로 이뤄져 있다는  외에는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시작한 수업이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깨달은 것은 점자는 단순히 점들의  구성이 아닌 새로운 언어라는 것이었다.  점자가 점으로 한글모안을 그려 놓은 것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진짜 얼토당토않고 조금이라도 점자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점자책 한 권 분량의 욕을 들어도 대꾸할 말이 없는 그런 생각이었다.


점자는 6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들의 조합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 숫자, 영어 등을 모두 표출한다. 6개의 점은 2열과 3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개의 점이 2 종대로 서있는 것이다. 그리고  점들을 하나 또는  개씩만 표시하여 모든 언어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 오른쪽 상단 하나의 점만 표시한다. 이렇게 6개의 점이 이루어낼  있는 모든 조합을 이끌어  점자가 완성된다.

점자를 수업 초기에는 점자로 한글이나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끝의 감각을 익히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것이 진짜 재미도 없고 힘은 드는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다. 헌데 대부분의 기초 쌓기가 그렇듯이  수련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되는  같다. 점자는 언어다. 그리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쉬이 망각하는 것이 시함된 도리다. 실제 사회에 나와서 점자를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 점자이지만  끝의 감각을 쌓아  것이 있어 점자를 다시 기억해내는 일이  수월하다. 요런 기본의 중요함을  어린 시절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시력을 잃고 나서야 이런 음을 얻게 되니 인간사란  묘한 것이다.


그리고 보행 수업. 보행 수업은 앞을 완전히 안 보이게 하기 위해 안대를 착용하고 실시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똑바로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란 ... 이건  욕하기 위해 동물을 빗대었다가는 되려 동물들이 기분 나빠할 판이다. 건물 안의 짧은 복도에서 눈을 완전히 가리고 아무 도구 없이 똑바로 걷기를 해보니  이게 진짜 서울대 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요래조래 척추나 골반이 조금씩은 휘기 마련이다 보니...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인가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뿐만이 아니다. 흰지팡이를 들고 거리로 나가보니 정말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도를 걷다가 너무나도 자연스레 차도로 나가 당당히 걸어서 따라오시던 선생님이 구출을 해주시는 일들도 일어나고, 흰지팡이를 절묘히 피해 나에게 다가온 볼라드에 니킥을 먹여 한참 무릎을 끌어안고 끙끙거린 적도 있다.


그렇게   봄은 하루가 즐겁고, 매일이 새로운 시간이었다. 살면서 초등학교 6, 중학교 3, 고등학교 3, 대학교 4년에 공무원 시험공부를 했던 시간까지 배움의 연속이었지만,    한시복에서 있었던 배움이 가장 두터웠다. 셀로판지보다도 얇았던  전까지의 배움과는 격이 다른 배움을 가졌던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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