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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샘 Feb 01. 2022

그래도 사람...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2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 2. 그래도 사람


사람으로 힘들 때도 많고 마음에 상처를 받을 때도 허다하지만 힘들고 지칠  가장 위로가 되는 것도 사람이다.


그렇게  달이 넘는 병가를 보내고 구청으로 돌아온 나에게 남은 선택은 별달리 없어 보였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머릿속에는 ‘퇴직이란 단어가 다른 단어들을 모두 겉절이로 만들고 사고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말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다음의 수순은 상사와의 면담이었다. 그래서  팀장님에게  생각을 말씀드렸다. 이제 제대로 일을 하기가 어려울  같다고... 아무래도 퇴직을 해야   같다고... 어렵사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겨우 5 정도를 일했을 때였다. 연금도, 퇴직한 이후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  나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 견디기 힘들어 팀장님께 그렇게 말씀드렸었다.


 이야기를  들으신 팀장님은 단번에 나의 문제집어내셨다. "여기서 나가면   거냐?! 사람이 공기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기왕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울타리 안에서 해결책을 한번 강구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저 안타까운 후배에게 건넨 이야기여서 팀장님은 이제 잊으셨을 수도 있지만 당시 나에게 팀장님이 건네준  마디의 말은, 정말 감고 있던 눈이 뜨이게 되는 이야기였다. 그저 막연하게 사회복지사 같이 장애인에게 우호적일  같은 직업으로의 전직을 생각하고 있던 나였다. 하지만  막연한 길보다 훨씬 안전하고 손에 잡힐듯한 길을 팀장님은 알려준 것이었다.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는 휴직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는  앞에 닥친 절벽이 너무 높아 주변을 살피지 못했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휴직으로 일손이 부족해지는 부서에 대한 미안함도 접어두었고, 주변 동료들에게 양해의 말을 구하는 것도 뒷전으로   휴직을 했던 것이다.  부끄럽고 이제 와서 사과의 말을 꺼내는 것도 몰염치해 보일 일이었던  같다. 그런 부족함을 보이고 떠나는 나에게 치료  받고 돌아오라며 격려의 말을 건네주던 과장님, 팀장님, 선배님들의 모습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잊지 말아야  고마운 사람들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휴직을 한다고 해서 나에게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해야 좋을지 모를 초짜 시각장애인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나의 학창 시절 교회 선생님의 언니분이 시각장애가 있으셨다는 것이 생각났다. 실로 오랜만에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나의 현재 상황을 들려드린 후에 나는  가지 정보를 얻을  있게 되었다.  


일단 점자를 익혀야 했고,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복지관을 가봐야 했다. 다행히도 선생님이 알려주신 복지관은 우리  근처였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해 있는  복지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것들을 배울  있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무작정 찾아갔다.


다행히 일주일쯤 전에 시작한 재활 훈련반이 있었다. 재활 훈련반은 점자, 흰지팡이 보행, 일상생활 훈연 등을 나처럼 중도에 시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컴퓨터 수업도 들을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화면을 소리로 표출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그것을 활용해 시각장애인들도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내가 찾던 교육이 아닐  없었다. 컴퓨터만   있다면 다시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도 꿈은 아니니까


 선생님들의 면접을 통해 입학이 결정되었다. 지금은 당시 면접에서 어떤 질문들이 나왔었는지 세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점자 수업을 위한 테스트를 했던 것은 기억한다. 테스트를 하고 점자 선생님께서 손끝의 감각이 아주 좋다고 칭찬해 주셨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역시 사람은 칭찬을 받아야 하나보다.


그렇게 입학이 결정되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수업을 받으러 가던 ,  계절도 길었던 겨울을 지나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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