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샘 Jan 30. 2022

가을 그리고 겨울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1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 1. 가을 그리고 겨울


각자의 인생에서  번쯤은 그런 겨울이 온다. 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시린 인생의 겨울이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와 천식을 앓았던 나는 항상 병약한 미소년이고 싶었다. 약한 몸을 갖고 태어났지만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반듯한. 병약한 미소년 말이다. 그러나 역시 현실의 냉혹함은 뼈가 시릴 정도여서  그저 ‘병약한 소년으로 자랐다. 이래저래 아프다 보니 공부도 그저 그렇고 외모는.... 말해봐야 마음만 아픈 그런 소년이었다.

그나마도 성격은 나쁘지 않게 타고나서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했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서 서예를 비롯한  가지 어쭙잖게 배운 재주도  가지 있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누구나  번의 운수대통은 있다고 하는  운이 취업운에 있었는지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해 부족하지만 만족스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의 32  가을... 가을이 되고 찬바람이  즈음, 가을이 되어 생기를 잃은 나무의 잎사귀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시력이 떨어졌다....


사실 아토피가 있으면 합병증으로 눈에 질병이 쉽게 찾아온다. 망막박리, 녹내장, 백내장  우리가  알고 있는 눈의 질병들이 아토피가 있는 사람에겐  일찍  쉽사리 찾아온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위에 열거한 병들을 골고루 앓긴 했다. ( 과정의 이야기는 차후에   자세히  계획이다. 나름의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같다.)  하지만 불행  다행으로 현대의학이 발달하여 치료를 받았고, 안약을 시간 맞춰 넣고 있긴 했지만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작스레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니, 당시 나의 놀람을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에 다니고 있던 서울대병원 안과로 찾아갔고 원래 나를 담당해주시던 교수님께서 여러 검사를 해보신 끝에 각막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며  각막 전문 교수님에게 예약을 잡아주셨다.


그러고 나서 들은 이야기는  스스로가 감당하기 버거운 내용이었다. 우리 눈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각막을 맑게 유지해주는 세포 수가 부족해서 시력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각막의 세포를  다시 늘릴  있는 방법은 현재는 없고 일단 각종 약물 치료를 해보고 안되면 각막이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들었다라는 표현이 당시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에 적절한  같다.  들었고, 단지 들었을 뿐이었다. 이해하고 나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이게 나의 일인지, 교수님이 해주시는 설명이 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인지하기 어려웠다. 아니 어쩌면 인지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의  달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직장은 병가를 냈고 부모님은 새벽기도를 나가셨다. 다른 대형병원 안과도 찾아가 보고 안수기도를 잘하신다는 목사님을 찾아가 안수도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달이 흘러 나는 더욱 나빠진 시력과 기존에 앓고 있던 녹내장 등으로 인해 각막이식을 해도 시력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병원 교수님의 설명을 들고   전의  자리에 다시 서있었다.


내가 무너졌다고 생각한 하늘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전철의 사람들은 언제나와 같아 보였고, 매서운 한파를 알리는 뉴스도 그대로였다. 그렇게 세상은 나를 신경 쓰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흐름의 중간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이전 01화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Prolog>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