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prolog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수는 2020년 통계를 기준으로 약 263만 명 정도. 전체 인구는 5,182만 명가량. 비율로 보면 약 5% 내외의 된다. 20명 중에 1명꼴로 장애인이 있고, 아무리 인간관계가 협소해도 가족을 포함해 알고 지내는 지인이 20명이 안 되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걸 감안할 때, 결국 우리 모두 장애가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존재가 낯설다. 왜 그럴까?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장애인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정부에선 ‘장애 인식 개선’이란 사업도 하고, 언론에서도 한번씩은 장애인의 처우에 관해 이야기해 주곤 하는 요즘은 아마 예전 선배 장애인 분들이 활동하시던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가 있는 이들은 뭔가 떳떳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각자가 구축해 놓은 세상 안에서만 활동하고, 밖으로는 나가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인구학적 비율로는 낯설 수가 없는 비율인 장애인이란 존재가 세상에서 낯선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립에의 의지로 서서히 사회 활동이 늘어가는 장애인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고, 또 우리들은 어떻게 배려받아야 하는 것인지를 안다는 것은 최고 난도의 수능 수리영역 시험 문제처럼 어려운 일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향해 안타까움과 동정을 보내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배려를 건네는 이는 적다. 사실 우리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동정이 아닌 배려이다. 하지만 그 둘의 차이가 미묘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가 알고 있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다들 어려워한다. 또한 장애인들도 일반 사람들과 뒤섞여 생활하게 되면 내가 어디까지 배려받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이런 배려가 없는 가운데서도 불굴의 의지로 세상을 이겨낸 분들이다. 전 삼중고를 이겨내고 무수한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 헬렌 켈러, 한국인 최초의 백악관 장관급 직위를 역임한 강영우 박사님, 패럴림픽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영웅들은 정말 ‘영웅’이란 말이 어울리게 확실히 ‘낭중지추’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263만의 장애인 모두가 위의 사람들 같을 수는 없다. 세상에서 힘들어하고 일반인들과 뒤섞여 고뇌하고, 항상 자신의 위치와 능력에 대해 고심하는 보통 장애인들이 훨씬 많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좌절하고 고뇌하고 속이 터져 본 장애인으로서 나의 이야기를 두드려 보고자 한다. 그래서 정말 소소한 일들로 속상해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매일을 한숨으로 지새우는 직장사를 담아볼 생각이다. 나의 이 소소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장애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직은 나도 내가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은 확고한 기준이 되는 가이드로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이야기들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특히 이 글이 장애인을 대표하는 글이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니 이 점 참고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