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가을의 2025 준플레이오프 1차전 노트
특집 / 준플레이오프 1차전 리뷰
가을은 가족여행(핫플 경주) 탓에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메뚜기 집관을 하는 신세였다.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득점 소식과 최원태의 호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방글방글 웃었다.
가을이 삼성 모자를 쓴 탓에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렸을 터.
10월 9일 14시.
가을은 휴대폰에 뜨는 점수로 경기 상황을 가늠할 뿐이었다.
경주의 대릉원 주변을 잠깐 둘러왔는데... 어? 벌써 1점? 설마?
시즌 막판과 플레이오프에서의 리드오프는 이재현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타격감이 좋은 1번 타자가?! 그 기분 좋은 상상으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자 애를 썼다.
이재현이 쏘아 올린 1회 초 선두타자의 초구를 홈런으로 친 선수는 이재현이 크보 PS 역사상 최초.
준플 1회 초 선두타자 홈런은 1997년 조원우(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2014년 정성훈(전 LG 트윈스) 이후 이재현이 3번째라고 전해진다.
또한 PS를 통틀어서도 1회 초 선두타자 홈런은 이재현이 5번째.
하지만 초구의 홈런은 이재현이 최초! 얼마나 손맛이 좋았을까.
가을은 그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큰 내색은 하지 않는 기쁨의 애매한 표정이 그의 트레이드마크).
한편, 가을은 7월 3일 잠실에서의 두산과의 경기에서 9회 초 역전 만루 홈런을 친 것이 기억났다.
당시 이재현은 인터뷰에서
"자욱이 형이 맨날 잠실에서 홈런 쳐 봤냐?"라고 놀렸다고 하소연한 것이 떠올랐던 것.
이제 이재현은 구자욱을 놀릴 차례가 된 것이 아닌가.
"형~플레이오프 첫 타자 초구로 홈런 쳐 봤어요!?"
반면, 가을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SSG의 화이트(별칭 백찬호*)는 선두타자인 이재현이 감히 초구를 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아마 화이트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어가고 준플의 첫 투구를 강하게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첫 시작을 152km/h의 직구로 던졌겠지.
다만, 공이 포수 조형우는 한가운데 공을 원했지만 다소 안쪽 높은 공으로 형성되었다는 점.
그것이 이재현에게는 초구를 노리고 들어왔고 운이 좋게도 화이트의 실투와 맞물렸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후의 상황에서 아쉬운 점은 이후
김성윤의 출루, 구자욱의 타선 때 김성윤의 도루 시도에 따른 화이트의 실투, 그리고 그의 3루까지 진루.
이 호재를 디아즈는 자신의 타격을 2루 앞 땅볼을 만들었고 전략 상 홈으로 질주해야 했던 3루 주자 김성윤은 아웃을 각오하고 홈으로 슬라이딩을 감행.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아웃.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김성윤의 아웃을 뭇매 아쉬움을 자아냈다. 스텝의 사인이 있었겠지만 타격에 따라 스스로 전략을 수정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들의 전략대로 수행해도 아웃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 할까.
'야알못'인 가을은 리플레이 장면을 보면서 그들의 판단에 물음표를 던져보았다.
3회 초 첫 타자는 르윈 디아즈. 아직 PS에서의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그는 안타가 절실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듯 평범한 것이라도 쳐서 출루해야 이후를 기약할 수 있기에 그를 비롯하여 삼성 스텝, 팬들까지 그의 안타를 보고 싶어 했다.
화이트의 초구를 받아쳐서 드디어 첫 안타.
다음 타자는 이재현 제외한 타격감이 좋은 5번 타자 김영웅.
앞선 1회 초 첫 타순에서 중견수 앞 안타를 친 그.
사실, 그는 와일드카드부터 노련미까지 엿보이는 수비 능력을 보여주면서 삼성의 안정적인 내야 수비 핵심인 동시에 중심 타선 중에서는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화이트의 초구에 애매한 헛스윙으로 귀중한 스트라이크를 날려버렸다. 그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묻어져 있었다. ABS에 보니 한가운데 찍혔었다. 아쉬울만했다. 가을은 주문을 걸었다.
'헛스윙은 아니야. 홈런에 가까워진다'
가을은 우연히 라팍 4층 복도에서 봤던 그 글귀가 떠올랐던 것.
그는 삼성의 어느 타자가 헛스윙을 하더라도 이 글귀를 떠올리며 기대감을 갖은 채 경기를 관람한다.
김영웅도 마찬가지. 그의 헛스윙은 홈런을 가까워지기 위한 스윙이자 헛것은 아니다.
가을의 바람에 응답하듯 김영웅은
거의 같은 코스,
같은 구질,
비슷한 속도로 그에게 오는 공.
영웅은 자신 있게 스윙했고 그 공은 우측 담장 너머로 향하고야 말았다.
정말로 헛스윙이란 없는 것이었다.
가을은 사실 최원태의 선발 기용에 큰 실망과 걱정을 동시에 하였다.
이 마음은 비단 가을만이 아니었을 터. 와일드카드 1차전 후라도와 교체되어 불펜 기용된 그가 보여준 4개의 공은 그 마음을 저절로 생기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즌 동안에도 든든함보다는 불안감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고. 그런 그였기에 신뢰감을 가질레야 가질 수 없었던 것. 다만, 어느 기사에서 최원태의 선발 기용이 준플 일정과 삼성 투수진 운영 상 최상의 카드라는 것을 접한 후에는 그의 선발이 50%가량은 납득할 수 있었다. 불안감은 감출 수 없었지만.
가을은 가족여행 중에 메뚜기 집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공격 중심으로 경기를 시청하거나 실시간 득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1회 말인데, 곧장 2회 초가 되는 마법이 일어난 것.
가을은 '내가 잘못 누른 것인지, 데이터가 잘못되었던 것인지.'
뭔가 이상했다.
그래도 불안해서 수비 타임에서는 좀처럼 그의 피칭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다고 표현해야 올바른 것이었다.
경기 종료 후 저녁에 숙소에 와서야 그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그의 공은 ABS 끝에 걸리고
배터리 강민호의 요구하는 족족 그 위치에 꽂아 넣는 그의 투구는 퍼펙트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삼진이 무려 8개, 피안타는 고작 2개.
"무려" 와 "고작"의 무게 차이는 개수의 곱절
6회 말까지 깔끔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한 후 환호하는 그의 모습.
팬의 입장에서 다소 어색했다.
세리머니를 잘하지 않는 I성향의 그였기에 더더욱 회귀 영상으로 남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공을 포수 강민호와 선배인 박병호에게 돌렸다.
강 선배의 사인대로, 박 선배의 조언대로
투구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을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짐작하지 못하지만 수고했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가을 마음속의 불안감이 100%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
플레이오프가 사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워낙 변수가 많은 시기이기에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가을은 최원태가 6회까지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낸 후 7회부터는 불펜의 시간이었음을 알아챘다.
첫 불펜은 김태훈. 베테랑인 그였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고명준에게 한 방을 얻어맞은 것.
그래서 스코어는 5:2. 그는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다음 불펜은 이승민. 그 역시 좋은 활약을 보였기에 기대했으나 다음 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허용.
최일언 코치는 마운드로 향해야만 했다. 새 공을 받아 들면서.
그다음은 바로 이호성.
김재윤의 슬럼프 때 마무리 역할을 수행했던 그였고,
커리어 대비 잘 해내고 있었지만 위기 상황에서 그의 낮은 위기관리능력은 역전패의 빌미를 주었었다.
그런 그에게 7회 말 중요한 순간을 맞길 줄이야.
김재윤의 초기 투입을 예상한 가을이었기 때문에 이호성의 투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첫 타자를 삼진,
다음 타자 대타 오태곤을 2루수 땅볼 아웃.
산뜻한 출발이었다.
8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호성은 첫 타자 박성한을 삼진, 다음 안상현도 삼진.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위기는 항상 2 아웃부터라고 했던가. 에레디아에게 안타, 한유섬에게 안타. 그리하여 주자는 1, 3루.
타석에는 현역 레전드 최정.
결국 그는 흔들리고야 만다. 최정을 볼넷으로 허용하여 2사 주자 만루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때, 화면에는 박진만 감독과 최일언 코치가 고민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가을은 고민이 될만한 상황인지 의아했었다.
무조건 교체여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호성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을은 믿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피식 웃는 장면을 보고 나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 후의 결과는 가을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라는 뜻이었는지, 정말로 자신 있었는지 가을은 그의 인터뷰를 보며 알게 되었지만 그 절체절명의 순간.
진정 즐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님 말고'의 정신이었을까.
가을은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본인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그 멘털을 유지하기에.
그 역시 정말로 그 같은 생각이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이호성 선수! 나중에 술 한잔 해요! 좀 물어보게~
초구는 과감한 결단의 이면에는 그의 용기,
헛스윙은 홈런을 향한 자신의 믿음,
최고의 피칭은 팀이 만든 작품,
위기는 자신을 증명하는 무대
이번 이닝에서 못한 얘기는 다음 준플 2차선에서 계속됩니다.
*쌍방울 레이더스 : 1991~1999년 전북을 연고로 활동한 제8구단.
해체 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인수되었다.
주요 선수로 김기태, 박경완, 이진영 등이 있었으며,
이진영은 현재 삼성 타격코치로 활동 중이다.
*화이트(백찬호) : 외모가 전설 박찬호와 닮아 그의 성(white)을 붙힌 별명.
한국계 미국인으로, 글러브에 태극기를 붙이고 뛰는 그의 모습은
모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