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과의 두 번째 판을 기대하며 2차전 팬덤 분석
프롤로그
가을은 WC 2차전, 다른 말로 "벼랑 끝 대결", "배수의 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절박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양 팀은 모두 역대급 순위 결정전이었던 이번 시즌에서 지옥에서 탈출했기에 그 간절함은 어느 시즌보다 높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9월까지 8위에서 4위까지 올라서서 극적으로 정규 시즌 4위를 기록한 삼성도,
시즌 마지막 기적의 9연승을 기록하며 KT와의 단 0.5경기, 승률로는 단 0.003으로 5위에 오른 NC도,
그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특히 WC 1차전을 구창모의 역투와 수비진들의 집중력으로 4:1 승리를 거둔 NC는 사상 두 번째 업셋을 이루는 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크보는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한 이후 2024년 5위 KT가 4위 두산을 2승 1패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 유일한 업셋이었다. NC는 그 10%의 기적을 현실로 이루어낼 참이었다. 단지 1차전 승리만이 아니라 지난 1차전에서 상대 팀 삼성의 중심 타선이 잠잠했기 때문이다. 또한,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삼성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공격에서는 선발 투수 원태인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때 찰나에 벌어진 틈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적어도 가을이 이호준 감독이라면 그런 전략을 취했을 것이다. NC의 선발 및 후보선수의 면모를 살펴보면, 원태인에게 통산 전적으로 강한 면을 보이는 오영수와 박건우를 준비시킨 것이 가을의 이 같은 예측에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준비겠지만.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의 호투, 그리고 막강 수비진의 지원
가을은 삼성의 원태인이 초반부터 좋은 투구를 보이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 특유의 공격적인 피칭은 그가 짊어진 WC 2차전의 부담감을 해소하려는 듯했다. 원태인-강민호 배터리는 상대 타자에게 맞춤형 투구를 구사하여 5K의 삼진을 잡아내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가을은 원태인이 박민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리지 못했는지 3타수 2안타 1 볼넷으로 100% 출구율을 허용하는 모습에서 그가 갖는 심리적 불안감에 공감하여 두 손을 모은채 기도하였다. 2차전에서 허용한 피안타 4개 중 50%를 박민우에게 맞았으니 그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을 터. 하지만 원태인은 다음 타자인 홈런 2위(36개)의 데이비슨을 2루 땅볼, 유격수 플라이아웃으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모면하면서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원태인은 삼성의 안정적인 수비진의 지원을 통해 승리를 향해 더욱더 도약할 수 있었다. 우선, 3회 초 김주원의 좌측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플라이볼을 우리의 "하뚜맨" 김헌곤(뒤에서 얘기하겠지만 약속의 8회, 그는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준다)이 침착하게 아웃시켰고, 다음, 4회 초 권희동의 3루 쪽 파울볼은 김영웅이 덕아웃 앞까지 쫓아가서 어렵지만 멋지게 아웃. 이후 이우성의 내야 안타(이재현이 멋지게 잡았고 1, 2루를 두루 살피며 최종 2루수 류지혁에게 송구한 모습은 그의 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로 원태인은 주자 1, 2루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때, 가을은 브라운관을 통해서 라팍의 기운 특히, 몇 번 직관하지 못했던 그곳에서 NC에게 발목 잡힌 패배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즉, 경기 분위기가 NC로 넘어온 상태, 이호준 감독은 가을의 마음을 눈치라도 챘는지 오영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그를 좌익수 플라이볼 아웃으로 돌려세우며 그 멋진 아웃 세레머니를 선보였다(이 모습은 가을에게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호쾌하면서 든든함을 느끼게 해 준다).
한편, 5회 초, 가을의 마음을 쓸어 담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5회 초 2 아웃 1번 타자 타격감이 좋은 김주원과의 대결. 풀카운트 상황 배터리 강민호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사인을 냈지만 원태인의 공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127km/h 슬라이더로 실투가 나왔고 이를 놓치지 않은 김주원은 좌측 담장 쪽(이승엽 선수 벽화)으로 큼지막한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이때의 가을이 좋아하는 등번호 39번 김성윤이 특유의 만화 달리기(상체는 그대로 하체만 쳇바퀴 돌듯 하는 액션) 능력을 보여주며 슬라이딩하여 캐치하는 호수비를 보였다. 원태인은 그 타격 3위의 "더 멀리, 더 빨리, 치고 달리는" 김성윤에서 큰 박수를 보냈고 그가 덕아웃까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자를 벗으나 경의를 표하는 모습은 그의 인성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을은 원태인의 이 같은 모습 즉, 자기 잘난 맛에 야구하는 것이 아닌 팀원의 도움에 감사함을 표하고 태도가 퍽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을은 6회 초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원태인에게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그 위기는 3번 타자 박민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에 마주한 데이비슨과의 한판 승부였다. 손에서 공이 빠져나간 듯한 실투성 투구가 몸에 맞는 공이 되어 그를 출루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마주한 대타 박건우. 어려운 승부를 하면서 몰고 온 풀카운트 상황. 원태인은 정면 승부를 걸었다. 그 진검 승부의 무기는 바로 바깥 아래쪽으로 형성되는 147Km/h의 직구! 그 날카롭고 강하지만 우아함이 느껴지는 그의 무기는 박건우를 루킹(looking)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다. 강민호 배터리의 사인(마치 '인아! 함 꽂아보자!'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에 정확하게 꽂히는 그 직구는 가을이 이번 시즌 통틀어 가장 통쾌한 순간이었다. 강민호의 보란 듯이 들어 보이는 미트가 당당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였다. 가을은 아들과 같이 집관하면서 소리 지르며 하이파이브를 연신해 버렸다. 비록 아내의 쓴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동안 답답함이 일순간에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이후 원태인은 이우성을 우측 깊숙한 플라이볼로 아웃시킨 후(이 때도 "넌 할 수 있어"의 주인공 김성윤이 마무리해 줬다) 팬들의 환호에 모자를 벗으며 화답하고 인사한 후 덕아웃으로 향했다. 역시 우리의 에이스다운 면모였다.
안정적인 불펜진의 운영, 하지만 볼넷 1개...
7회부터는 좌투 이승민 등판을 시작으로 우투 김태훈에 이어지는 불펜진을 운영하여 NC의 공격을 잠재웠고, 8회 초 2사 이후 가라비토를 마운드에 올렸다. 가을은 가라비토의 등판을 두고 그가 큰 경기에서의 경험을 쌓고 몸을 풀어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한다. 2:0이라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도 대담한 그의 투구 스타일을 필요한 이유이었기도 했을 터. 가라비토는 볼넷이 하나가 있었지만 삼진 1개를 잡으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었다. 가을은 라팍 직관을 감행(?)했던 지난 8월 3일 LG전을 기억한다. 이 경기 선발 투수는 가라비토. 그의 테토남 지질에 매력을 느낀 가을의 아들이었기에 더욱더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그의 9개 볼넷은 경기를 패배의 수렁으로 더욱 깊이 빠트렸고 아들의 실망은 이날의 강한 빗줄기도 씻어내지 못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던 가을과 그의 아들은 가라비토의 볼넷 1개가 향후 준플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스러웠다.
경기는 라팍에서의 영점이 잡히지 않았던 로건의 1회 초 구자욱의 볼넷, 이후 김영웅, 이성규, 강민호의 3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2점으로 승부가 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1회 이후 영점을 제대로 잡은 로건은 포수 김정호와의 원활한 호흡으로 삼성의 타선을 잠재웠고 1차전에 이은 3루수 김휘집과 중견수 최원준의 호수비가 NC의 수비를 탄탄하게 버텼기 때문이다. 특히, 최원중은 이재현과 디아즈의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성 타구를 정확한 예측과 재빠른 동작으로 아웃시키는 장면은 삼성의 공격을 쉿! 쉿! 쉿!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약속의 8회 엘도라도에 응답한 베테랑 "하뚜맨"
8회 말 NC의 불펜 손주환이 등판하고 첫 타자는 9번 타자 김헌곤. 플레이오프의 사나이인 그를 선발로 기용한 것은 박진만 감독의 탁월한 한 수였다(박 감독의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는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내내 공격에서는 잠잠했었다. 그래서 경기 중반 이후 김지찬을 투입하여 이성규를 좌익수로, 김지찬을 중견수로도 바꿔 공격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 스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그의 관록을 믿었을 수도. 여하튼 8회 말 김헌곤은 볼넷으로 출구했고 이어 이재현은 침착하게 보내기 번트를 성공하여 김헌곤을 2루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 타자는 우리의 작은 거인 김성윤. 이때, NC는 하준영으로 투수를 교체한다. 우리의 "하뚜맨" 김헌곤은 하준영-김정호 배터리가 안심하던 그 찰나에 기습적으로 3루를 향해 달렸고 결과는 세이프! 상대의 승리를 향한 집념에 허를 찌르고 포효하는 그의 모습에서 삼성의 승리를 직감할 수 있었다. 이후 김성윤은 선배의 헌신에 답하기라도 하듯 좌측 조금 깊은 플라이볼을 만들어냈고 김헌곤은 야수가 잡는 것과 동시에 리터치한 3루에서 태그업을 시도하여 아슬아슬하게 포구된 글러브를 피하면서 쭉 뻗은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먼저 하면서 귀중한 1점을 획득하며 삼성 승리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렇듯 김헌곤의 재치 있는 도루와 김성윤의 희생플라이가 약속의 8회 "엘도라도"에 응답하며 또 한 번 역사를 써 내려갔다.
한글날의 준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리고 등장할 깜짝 스타는?
드디어 삼성의 플레이오프 테마인 "Fly Higher"처럼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상대는 시즌 막바지 한화에게 2위를 선사한 후 남은 2경기를 내리 상대에게 내준 SSG. 10월 9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 두 번째 판에서 삼성은 무엇을 보완하고 극복해야 할까? 가을을 비롯하여 삼성팬이면 다 알법한 중심 타선의 부활이다. 불방망이 삼성의 타선이 살아나줘야 한다. 가을은 WC 1, 2차전을 경험한 그들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 것이고 가을과 삼성팬은 그들의 환호와 홈런 깃발(강민호가 구입한 사자 그림의 깃발)을 보고 싶어 한다.
가을은 우리의 중심 타선을 비롯하여 삼성 타자들은 "쓱"의 외국인 투수 듀엣 엔더슨과 화이트의 마운드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문학구장에 자주 찾은 가을은 문학에서의 즐거움이 떠오른다. 그 쌍두 마차를 무너뜨렸던 문학에서의 행복함을 직관에서나 집관에서나 느꼈으면 좋겠다(문학에 많이 찾았더니 마치 홈구장인 것 같고 그들의 응원가가 절로 흥얼거릴 때도 있었다).
한편, 크보의 플레이오프는 뜻밖의 선수가 큰 활약을 보이기도 한다. 작년에는 플레이오프 경험이 없었던 김영웅이 뜻밖의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큰 성과를 보여준 것처럼 올해는 어떤 선수가 삼성이 한화를 만나게 해 줄까? 가을은 예상컨대, 투수에서는 배찬승과 이재익, 타자에서는 양도근과 김태훈, 아니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강민호민호민호?
한글날, 세종대왕님은 삼성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삼성팬들은 여주쌀이라도 먹어야 할 판).
이번 이닝에서 못한 얘기는 준플 1차전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