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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노래로 추억하다

음악과 만화로 야구하기

by The Answer

과수원길

동요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가을은 어린 시절 스포츠 만화를 즐겨봤다.

그는 동생과 함께 뜨끈한 방바닥에 엎드린 채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면서 TV에서 방영하는

야구 만화를 보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그의 기억에 남는 야구 만화는 세 가지 정도다.

독고탁, 다시 찾은 마운드(대한민국, 1984)
떠돌이 까치(대한민국, 1987)
홈런왕 강속구(일본, 1986)

그중 <독고탁, 다시 찾은 마운드>를 참 재미있게 봤었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직 유명세는 덜하지만 최고의 투구력을 갖춘 우수고등학교 소속의 투수 독고탁. 그는 큰 대회를 앞두고 혼자 서울 큰아버지댁에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로 인해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독고탁. 그는 본인 이름부터 고향, 나이 등등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독고탁은 다행히 그를 발견한 대형 식당 문화 회관 사장님의 배려로 가게에서 일을 하며 머물 수 있게 된다.
한편, 문화 회관 사장님의 아들 김준은 제일고등학교 소속의 홈런타자다. 사실, 그는 독고탁의 라이벌. 그 사실을 모르는 독고탁은 심부름으로 김준에게 야구복을 가져다주고 운동장을 따라 집으로 가던 중 김준이 타격한 공에 머리를 맞는다.
그 덕분(?)에 기억이 돌아온 독고탁. 전국대회에 출전한 두 사람은 결승전에서 격돌하여 멋진 승부를 펼친다.

가을은 이 만화에서 문화 회관에서 함께 생활한 숙이가 설거지를 하며 부른 <과수원길>이란 동요가 인상적이었다.

이 만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특히, 독고탁과 숙이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어린 가을에게도 퍽이나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도 그 장면을 볼 때면 떠껀한 방바닥의 온기와도 같은

숙이의 따뜻한 마음씨와

독고탁의 순수함이 떠오른다.

또한, 이 동요는 기억상실증에서 돌아온 독고탁이

문화회관에서의 추억을 되살린 매개였다.


가을은 얼마 전 아들과 유튜브에서 이 만화를 함께 볼 기회가 있었다.

1980년대 고교 야구가 기반인 옛날 만화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가을의 아들이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흥미가 1도 없을 것 같던 그의 아들은 유물과도 같은 만화에

흠뻑 빠진채 넋을 보며 봤다.

심지어 피아노를 좋아하는 그의 아들은 <과수원길>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가을은 아들과 함께 나눌 추억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가을의 어린 시절의 만화는 오늘날의 애니처럼

거친 파도와 같이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물결이 비치는 윤슬과도 같았다.

가을은 그 시절의 만화가

더 여운이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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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델리스파이스(2003)


(verse 1)

중2 때까진 늘 첫째 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 전 일이지만

기뻐야 하는 게 당연한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chorus)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verse 2)

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은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 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정말 미안한 일을 한 걸까

나쁘진 않았었지만

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chorus)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

.

.



가을은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야구 만화 중 가장 유명한 <H2>,

이와 연관된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란 노래를 소개해주고 싶어 한다.

실제로 가을은 학교에서 야구 수업을 운영할 때 이 내용을 소개해주곤 한다.

물론 야구를 실제로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다양하게 경험해 학생 본인의 삶에서 즐겼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야구장은 찾는 이들 중에서

야구를 잘하는 사람이 몇이냐 되겠는가.

진로를 야구 선수로 정하지 않았다면

굳이 야구를 매우 잘할 필요가 없거니와

주당 1~2시간이란 아주 한정된 체육 수업에서

야구를 선수만큼의 실력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어불성설.

오히려 가을은 학생들이 야구를 잘 이해하고 향유하도록

야구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학생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고백>은

야구 만화 <H2>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가사의 전개가 <H2>의 등장인물인

히로와 히까리,

히데오와 하루카

4명의 주인공의 연애사를

중심으로 만화의 대사와 분위기를 더해 만들어졌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syshnj/220890554999를 참고하길).


<H2>는 야구와 연애가 결합된

"순정 야구 만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야구의 역동적인 모습과 경기 자체를 잘 구현되어

현실성을 높였고

이와 동시에 주인공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강한 몰입감을 준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이 만화를 소개해주면 남학생보다는 여학생들이 더 집중하는 편이다.

오히려 남학생은 <4번 타자 왕중훈>이란 일본 야구 만화를 더 좋아한다.

야구 경기 장면이 매우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기에 남학생의 몰입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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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젠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를 사람들이 직접 하는 것과

경기를 관람하거나 시청하는 것을 넘어서

이 스포츠를 기반으로 확장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길 소망한다.

사실, 이미 기반은 마련되어 있다.

다만, 가을은 이것들이 확대되어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복지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가을은

글을 통해,

학교 체육 수업을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중이다.




[ 가을의 한 줄 정리 ]


야구는 노래를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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