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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은 간절함의 증거

실망과 희망 그 사이의 모든 것이 있는 오늘

by The Answer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 달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그 끝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입니다.


그 끝이 창대할지 그 마지막이 미약할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갑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기대감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오늘 걸어가는 이 길은

가고자 했던 길의 어디쯤일까요.

- KBS 야구 캐스터 권성욱 오프닝 멘트 중에서 -




프롤로그


가을은 고3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과는 2년째 같이 호흡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전 졸업한 학생들보다

더 마음이 쓰인다.

한 명, 한 명이 눈에 밟힌다.


가을은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호박엿 2개와 응원 문구를 붙여서 포장지에 담았다.

욕심부리지 말고 본인들이 노력한 것보다 딱 2배만큼만

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호박엿 2개를 준비했다.

응원 문구는 그간 가을이 들으면서

힘이 나는 노래 중 좋은 가사 일부를 발췌했다.


“너는 누군가의 Dreams come true” - 아이브 < I AM >
“어두울수록 밝은 빛은 더 빛나" - 에픽하이 < FLY >
“We’re goin’up, up, up it’s our moment” -HUNTR/X < Golden >
“빛나지 않아도 내 꿈을 응원해 그 마지막을 가질 태니” -가호 <시작>
“녹이 슨 심장에 쉼 없이 피는 꿈, 무모하대도 믿어 난, 나의 여정을 믿어 난” -윤하 <오르트 구름>


긴장감이 감도는 교실 안,

그동안 이것만을 향해 왔을 그들에게,

고민 덩어리를 안고 텅 빈 교실을 지키고 있는 저들에게

이 시험이

END 가 아닌 AND

되길 바라며.





끝나야 끝난다


한국시리즈 전적 3승 3패.

마지막 7차전 9회 말 2 아웃

주자 만루에서 동점인 상황

H는 타석에 선다.


2025년 11월 13일 수학능력시험 당일

S는 인생 첫 번째 중요한 관문 앞에 선다.

긴장감 넘치는 시험과

마주한다.


H는 공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중요하듯

S도 한 문제, 한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


H가 좋은 선구안으로 볼을 걸러야 하듯

S도 오답을 잘 피해야만 한다.


H는 투수가 절묘한 코스에 공을 던지는 바람에 헛스윙을 한다.

‘괜찮아.‘

H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직 2번의 기회가 있다고.


S도 출제자의 예리한 킬러 문항에 속수무책이다.

‘괜찮아.’

S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아직 문제는 많이 남아 있다고.


H는 여전히 긴장이 된다.

그래서 잠시 타임아웃을 요청한다.

한숨을 쉬며

타격 자세를 다잡는다.

자신만의 루틴으로 멘탈을 유지하며

타석에 들어선다.


S도 1교시 국어 시험이 종료된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휴식시간을 가진다.

지난 과목의 아쉬움은 털어낸다.

다음 수학 시험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만의 루틴대로

행동하며

다시 착석한다.


H는 상대 투수의 공을 커트해 낸다.

파울로 타석의 기회를 계속 엿보며

포기하지 않는.


S는 어려운 문제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문제 속에서 단서를 찾고 출제자의 의도를 추측한다.

알듯 말 듯 이 문제를 맞히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2S 3B 풀카운트 상황.

H는 다시 타임아웃을 요청한다.

투수의 투구 패턴과 그간의 경험, 그의 데이터를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투구할 공은 어떤 구질일까?

속도로 제압하는 직구?

아니면 낙차 큰 커브?

그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

H는 결정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H는 그의 선택을 믿었다.

그리고 아주 큰 호를 그렸다.

그것은 담장을 넘길 만큼

아주 크고 아름다운

호였다.


마지막 4교시 탐구 2 선택.

S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분.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그였기에

1 선택 시험 후 2분 간의 대기 시간엔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시작한 마지막 영역.

시간이 흘러

S는 18번 문제에서 막혔다.

‘하필 번호도…‘

아는 내용이라서 더욱 답답한 S였다.

그는 2개 답지에서 헤맸다.

2번과 5번.

이들은 한 끗 차이로 미세하게 뉘앙스가 다르다.

S는 다시 출제자로 빙의한다.

‘내가 출제자라면…’

시계는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결정해야만 했다.

아직 2문제가 남았기 때문.

S는 자신의 직감과 내공을 믿었다.

그리고

과감히

컴싸로 표시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어느 답보다

진한 여운이 남은

것이었다.




[ 가을의 한 줄 정리 ]


오늘은 실망과 희망 그 사이의 모든 것이 있으나
우리는 희망에 더 가까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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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