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에 있을 때 내 바로 윗선임은 나와 동갑이었다. 자기는 빠른 생이니까 나중에 제대하면 형이라고 부르라던 친구였다. 결코 나는 형이라 부른 적이 없다. 아무튼 참 착하고 선한 사람이었다. 후임들에게 화를 내거나 윽박지른 적 없고, 잘 타이르고 잘하자고 말하던 사람이다. 군대란 곳이 처음엔 낯설어도 몇 달 같이 고생하면 또 서로 친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어느 정도 계급이 오르고 좀 편해질 때쯤인데, 경상도 출신의 그 친구가 대뜸 나에게,
“내는 오로라가 있다. 오로라. 선한 오로라가 뿜어져 나온다.” 했다.
정말 뜬금없이 들렸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 친구는 착해서 나중에 복 받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생각이 '나비효과'라는 것과 합쳐졌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나중엔 태풍으로 커질 수 있듯, 작은 행동이 큰 행동을 이끌어온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말한 ‘오로라’는 아마도 ‘아우라 Aura’를 말하는 것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작게 뿜어져 온 선한 에너지는 나비효과에 의해 점점 세상을 돌며 커질 것이다. 마치 전파가 퍼지듯 그 에너지가 점점 커지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세상은 둥글기 때문에 언젠가 돌고 돌아 출발점인 나와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내가 보낸 에너지가 엄청 큰 선한 에너지가 돼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 그래서 이렇게 선한 사람은 언젠가 복을 받는구나. 반대로 나쁜 오로라는 나쁘게 커져서 나에게로 올 것이구나.’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기호와 상징’, ‘신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연금술’, ‘타로’, ‘마법’ 같은 신비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은 ‘마법사’,‘마녀’와 관련된 재미난 책이었다. 현재에도 마법사와 마녀가 있다면 믿을까? 그런데 아직도 존재한단다. 물론 해리포터처럼 판타지 소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은 신비주의를 공부하고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연구하며, 실제 마법이 있다고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책에서는 간단한 주술이나 주문을 소개한다. 쉽게 말하면 서양식 부적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말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세상을 산다면 그냥 사는 것보다 마법 같은 삶을 사는 것이 더 즐겁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마법에는 흑마법과 백마법이 있다. 흑마법은 남에게 해를 주는 마법이고, 백마법은 치유와 회복의 마법이다. 실천하는 방법도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자신이 행한 마법은 일곱 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한다. 흑마법을 행할 때 자신에게 올 리스크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백마법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 7배가 커져서 돌아올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군대에서 그 일이 떠올랐다. 오로라. 속으로 나는 ‘역시 나에게 돌아오는데 일곱 배로 커져서 오는구나’라고 확신했다.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삶이란 게 왜 이렇게 고단한지... 쉽지 않다.
그래도 그 힘듦을 이겨내고 자기가 원하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은 그걸 이루어낸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된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각대로 된 적이 거의 없다.
나의 인생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
내 짧은 인생의 경험으로 다시 정리한다.
‘인생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지만, 마음먹은 대로 된다.’
마음 먹기었을 때가 무언가 되었다.
마음 먹기 참 힘든 세상이지만, 좋은 마음의 에너지를 세상에 펼쳐야 되겠다.
그 친구는 잘 지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