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親舊)라는 말은 한자가 있다. 친하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란 뜻이다. '친하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다. 나의 경우, 아내 친구의 남편이 나와 동갑이다. 우린 이미 알고 지낸지 7~8년 되는 것 같다. 아주 가끔 보고 인사를 나눈다. 그러다보니 처음보다는 더 친해졌다. 아내들은 우리보고 동갑이니 친구하라 한다. 그런데 그건 잘 안 된다. 물론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아도 우린 아직 친구가 될 수 없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말처럼 친구가 되려면 서로에게 사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10년을 알고 있어도 10년동안 총 함께한 시간이 20시간 정도라면....?(물론 어떤 경험을 했는가도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친해질 강렬한 경험은 그걸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서로 하는 일도 너무 다르고, 취미도 다르다. 공통점은 이제 내가 아기를 키우기 때문에 육아 선배인 그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정도이다. 앞으로 공통 요소가 생기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시간이 있으니.
'친구'는 오래 알고 지냈다는 것외에 더 많은 의미를 품은 말이다. 친구가 되려면 같은 경험이 필요하다. 어떤 것의 공유와 그것을 통한 상호작용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서로 잘 알아가고, 잘 알게 된다. 서서히 정이 쌓여간다. 우정은 좋은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가 되게 한다. 그렇다. 우정. 마음의 소통. 진정한 친구는 나와 마음이 맞으며,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그런 친구일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정이 쌓이면서 친구는 돈독해져간다. 친구는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우정이 쌓인 친구는 내 경험상 마음이 편하다. 내가 밑바닥 모습이 보여도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존중해준다. 그리고 나를 위해 조언하고 때로는 욕하면서 나무라기도 한다. 진정한 친구란 참 고마운 존재다. 가장 무엇보다 좋은 것은 친구와 만나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즐겁고, 행복하고, 편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 친구는 곧 놀이다.
우리 아기는 이제 11개월이 되어간다. 우리 부부는 아주 특별한 시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주 좋은 사랑하는 연인이며 친구이다. 그럼 우리 아기는 어떨까?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보냈으니 친구가 아닌가? 아니면 친구가 되어가는가? 어쨌든 한자가 가진 의미적으로 부모와 아기는 친구가 되어간다.
아기와 친구가 되려면 마음의 소통이 필요하다. 아기에게 나의 모습을 이해해주고,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존중해주는 아기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반대로 엄마와 아빠가 아기와 친구가 되면, 아기의 모습을 이해해주고, 아기 편이 되어주고, 아기를 존중해줄 수 있다. 때로는 아기가 잘 되도록 조언하고 나무랄 수도 있다. 아기는 엄마와 아빠가 자기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느낄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아기를 대하는 태도가 곧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될 것이다. 만약 내가 같은 반 친구 중 한 명을 이해하고, 편이 되어주고, 존중해주기 시작한다면, 나는 그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듯이, 엄마와 아빠가 아기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아기 편이 되어준다면 아기도 엄마와 아빠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신뢰의 울타리 안에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기는 친구가 되어 즐겁고, 행복하고, 편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 먼저 엄마와 아빠가 부모라는 권위를 잠시 내려놓고 놀때는 신나게 놀면 아기는 마음을 열고 엄마와 아빠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요즘의 엄마와 아빠는 아기를 잘 섬세하게 잘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아기의 컨디션이 어떤지 표정만 봐도 말 못하는 아기가 뭘 원하는지 알 것 같다. 그건 그동안 엄마 아빠가 아기에게 쏟은 시간 때문일 것이다.
점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정을 쌓고, 신뢰를 쌓고, 신나게 노는 것, 이것이 엄마와 아빠가 아기와 친구가 되려면 제일 잘 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