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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현 Dec 07. 2019

여보, 나 임원 승진했어! 이제부터 돈 아껴 써!

(어느 아재의 반성)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고 임원이 되는 것을 꿈꿔왔다. 마침내 그의 소원은 이루어져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승진 발표 직후, 그는 가장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했던 첫마디!


“여보, 나 임원 승진했어! 이제부터 돈 아껴 써!”


승진은 과연 좋기만 한 일인가? 웃픈 현실이다. 올라가서 좋지만 올라갔기 때문에 앞으로 힘든 것이다.


승진은 인정의 가장 대표적인 표상이다. 승진했다는 것은 조직에서 자신이 안전한 상태라는 증명이다. 단, 승진 직전까지에 한해서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승진 이후는 전혀 아니다. 아니, 가장 불안하고 위험해진 상태로 들어선 것이다. 오르고 또 올라갔더니 결국 이르게 된 곳이 벼랑 끝이다. 발을 살짝 헛디디면 바닥으로 추락한다.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더니 알고 보니 바닥이 얼음판이다. 얼음의 두께가 도통 가늠이 안 되는 얼음판 말이다. 승진하고 나서 직업세계에서 명이 짧아지는 것을 한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다. 승진하는 순간부터 더 큰 역할을 부여받고, 주변의 더 큰 기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명 프로스포츠 선수처럼 뭘 보장받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직업세계에서 승진은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 따져보면 별 거 없다. 천년만년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없고 기껏해야 몇 년 내에 누군가에게 내줘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권세라는 말이 있다. 실력 없이 승진이 되었다면 위태롭기 짝이 없는 것이고,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없어 승진하지 못했다면 반드시 다음에 기회가 올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거나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승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승진과는 반대로 이것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보장된 길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손안에 쥔 무기다. 즉,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실력이다.


승진했다고 우쭐대지 말고 승진 못했다고 좌절하지 말라. 지금 당신이 승진했다면 당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 그것을 채워 넣어라. 당신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에 많이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신이 승진에 실패했다면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가슴속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에너지를 활용하여 당신을 미래를 지켜줄 신무기를 개발하라.  실력이 있다면 승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승진!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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