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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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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Oct 22. 2024

엄마의 항암 옆에서.

엄마가 난소암에 걸린 지 1년이라는 시간이 되어간다. 난소암인지 몰랐던 것은 배에 살이 찐 것으로 생각해서 였고 여름이라 피곤해 흑염소즙을 먹은 것이 암덩어리를 키운 것, 급하게 찾아갔던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에서 한 달 가까이 원인을 찾지 못해 병을 키운 것 우리 가족의 의견이다.

암덩어리가 생각보다 커서 당장이라도 헤어져야 하는 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엄습했던 23년 겨울, 엄마의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엄마가 수술하는 당일은 아이 핑계로 집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6시간 진행되는 수술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술방에서 눈을 뜨지 못하면 어쩌나 다신 만날 수 없으면 어쩌나 생각했다. 간절한 기도와 훌륭한 의료진 덕분에 엄마는 커다란 암덩어리를 제거했고 항암에 도움 되는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며 간병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암이라는 질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아갔다. 들락거리던 암환우 커뮤니티도 가끔 가고 몇 달 전부터는 일상적인 무료함에 빠지기도 했다.

소화가 안된다며 검사를 여러 번 진행하고 여러 시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는 엄마는 점차 살이 빠지고 있었다. 지난번 진행했던 정밀검사 결과 암덩어리가  폐와 다른 기관에 전이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것일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에 롤러코스터가 생긴다. 엄마 없는 인생은 어떨까, 지난번 수술 이후로 엄마는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상황에선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내 엄마의 암덩어리도 작아지고 없어질  있기를 나는 오늘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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