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대한민국.
소년이 온다.
최근 우리나라에 그게 정말 사실이냐고 되물을만한 일이 두 가지나 있었다.
제주에서 비행 훈련으로 책상에 앉아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듯 공부를 하고 있던 때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렸다.
수상 가능성을 들어본 적이 없어 다시 한번 더 다른 뉴스와 관련 영상을 확인했다.
사실이었다.
비록 내가 읽어본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그때까지 ‘채식주의자’가 전부였지만,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가슴이 뛰었다.
이 소식을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편견일 수 있지만) 함께 흥분하며 축하를 나눌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아쉬웠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구입한 작가님의 책.
소년이 온다.
솔직히 읽기 쉽지 않았다.
문체는 유려하고 단어들은 보석 같았지만, 한 장 두 장 읽으며 감정이 요동치고 더운 눈물이 흐를 때가 생겼다.
이런 일이 한 나라 안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일어났구나.
기억 속 역사 교과서의 흑백사진들이 선명한 컬러와 화질로 내 마음에 비쳤다.
그리고 며칠 전 나라에 믿을 수 없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일본 구마모토의 한 식당에서 맥주를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인이 내게 손짓하며 티브이를 가리켰다.
빨간색 바탕의 특집 뉴스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얼굴과 서울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
국민과 국민이 선출한 사람들과 그들의 기관에 우리나라 군인들이 총을 들고 몰려갔다.
과거 그때와 비슷한 목적과 모습이었지만, 시대는 바뀌어 전 국민과 세계가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다행히 몇 시간 만에 그들은 물러갔고, 또 몇 시간 뒤 사람들은 각자 폰으로 뉴스를 보며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두툼한 옷을 겹쳐 입고 각자의 학교에 갔다.
모든 게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었다.
이 사태를 지켜봤을 한강 작가님의 심정이 얼마나 흔들렸을지 걱정해 본다.
다시 한번 뼈에 새겨진 듯한 그날의 기억들에 고통받았을 많은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소년은 어디에 앉아 이 장면을 지켜보았을까.
말없이 소년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