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세까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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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육아' 시절 만난 자연이 키운 아이와 엄마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였다.
아이가 뒤집기를 했다고 기뻐한 것도 순간이고 그다음에는 아이는 다시 뒤집어지지 않으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만 해도 걷지 못하니 유모차를 타던 시절이었는데 유모차를 타고 있으면 뒤집기를 못하니 다시 뒤집기를 못해 짜증 날 일이 없을 거고, 유모차를 타고 세상 구경을 하면 집안에서 보다 단조롭지 않고 구경거리가 많을 거라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이와 외출을 시작하게 되었고 아이는 집 안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즐거워했다.
그래서 4개월부터 28개월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집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보내는 '노숙 육아'시절이 되었다.
우선 아침밥을 먹으면 분유와 기저귀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랐다.
쇼핑몰도 가봤다가 친구네도 가봤다가 마트도 가봤다가 에버랜드 롯데월드 어린이 박물관 등도 가봤다. 그 당시 주로 갈만한 곳이 키즈카페였지만 키즈 카페는 두 시간 정도 놀면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키즈 카페 말고 다른 곳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집 근처의 '융건릉'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가 잘 놀 곳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그냥 집 근처에는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늘 차를 몰고 어디론가 나가곤 했었다.
이것 또한 나의 무지함 혹은 편견일지도 몰랐다. 무조건 집에서 좀 나가야 좋은 곳이 있을 거라는.
어느 일요일, 아이는 너무 일찍 일어나서 마트도 열지 않았기에 집 근처에 9시에 문을 여는 곳을 알아보니 융건릉을 인터넷에서 찾게 되고 처음 가보았는데 아이는 그 어떤 곳보다 잘 놀았다.
흙을 파고 나뭇가지를 줍고 도토리도 찾고 청설모도 보고 맨발로 술래잡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가 놀고 바로 유모차에서 낮잠을 자니 놀아주는 것도 수월했고 또 일부러 낮잠을 재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육아의 '쉼표'를 만난 기분이었다.
참고로 융건릉은 사도세자와 정조의 묘가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꼈지만 그 옛날 '정조'에게도 감사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분이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우리 아이는 정말 잘 자랐고 나도 힐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정조만이 아니라 이 '능'을 만들었던 그 당시 백성들에게도.
나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자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도시의 용접을 하는 거리에서 자랐기에 흙이라고는 학교 운동장이 전부였다. 그리고 외할머니댁은 서울이라 시골로 놀러 가는 여름 방학도 없었다. 여행을 가도 도시로 갔고 캠핑을 할 바에는 펜션을 빌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자연에서 잘 노는 모습을 보고는 자연에 대해 다시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발견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되도록이면 내 생각이 아니라 아이를 따라 가자 생각했고 아이가 잘 노는 곳을 찾다 보니 그곳이 '자연'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찾아 아이와 단 둘이 홋카이도 한달살이도 다녀왔다.
나도 그랬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잘 놀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놀이터보다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 그 자체가 진짜 놀이터가 된다는 곳을 알았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숲 체험'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더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자연에서 신나게 노는 경험은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7살이 된 지금은 어렸을 때처럼 자주 자연에 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 아이에게 자연을 접하는 일을 빠트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루소는 '에밀'에서 자연, 사물, 인간을 교육의 3요소라 했다. 그렇지만 이 3가지 요소는 완벽히 컨트롤할 수 없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선 사물과 인간보다 '자연'이 가장 갖추어지기 어려운 조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잘 따라가다 보면 나처럼 어느 순간 '자연'과 만나게 되고 자연이 주는 매력과 힐링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아이가 자연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요즘에 아이와 놀러 갈 때도 호텔보다는 휴양림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