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방과후교사' 일을 덜컥 시작하게 되었다.
성인 대상 강의는 십 년 넘게 쭉 해오고 있지만, 아이들 대상 강의는 올해 1월에 방학 특강으로 '역사강의'를 한 게 전부였다.
같이 해설사 일을 하며 알게 된 지인분의 추천으로 '방과후교사'에 지원했다가 4학교에 합격을 했고, 그 중 한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폐강되고 3학교에 출강하게 되었다. 매 주 월,화,금 오후 1시 50분부터 4시 40분까지 3시간 가량의 수업을 하는 셈이다.
초보 선생님인 만큼 모든 게 낯설었다. 초등학교 교무실을 처음 가보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교무실이 왜 이렇게 작지?'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교무실에 계시는 게 아니라 각 반 교실이 주 생활 공간이기에 그렇다는 것도 나중에야 깨달았다.
수업 계획서도 쓰고, 수업 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기 일쑤였다.
1-2학년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서 집중시키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3-6학년은 다양한 수준차로 인해 어느 수준에 수업을 맞춰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일 열심히 하자고 결심하고, 기본 중에 기본인 수업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도록 노력했다.
다른 학교는 두어 번 학교에 가보니 어느 정도 가는 길이 익숙해서 헤매지 않는데 금요일의 학교가 문제였다.
네비게이션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해주는데 골목만 들어가면 네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일방통행이거나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골목길들에서 마치 미로에 빠진 것처럼 해매게 되는데 그러다가 혹시 학교에 늦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섰다. 그러다 어찌어찌 길을 찾아 학교에 도착하면 내 예상보다 5-10분 더 걸리곤 했다.
네 번째 학교에 가는 길이었고, 그 날도 나는 같은 길을 두 번쯤 돌고 있었다.
먹통이 된 네비가 다시 길을 찾을 때까지 잠시 멈추었는데 길 왼쪽에 있는 중국집에서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불쑥 나오더니 어디를 찾는 거냐고 물었다.
아마도 내 차가 특이한 편이라 내가 같은 길을 두어번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뛰어나오신 것 같았다.
"00초등학교요."
"아, 그럼 이 사잇길로 들어가서 오른쪽 담벼락을 쭉 따라 가시면 초등학교가 나올 겁니다. 골목길 운전 조심하시고요."
전에 그 골목길에 들어섰다 해맨 기억이 떠올랐다. 골목길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었고 그래서 동서남북의 방향감각이 죽어버리고 사이사이 갈래 길도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의 말대로 오른쪽 담벼락 쪽으로는 갈래길이 없었고 초등학교 담벼락까지 쭉 이어지고 있었다.
그 날이후부터였다. 사잇길로 들어서는 순간 안심이 되었다. 사장님 말대로 담벼락만 따라 가면 내가 가려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앞으로 일 년간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움을 주신 '담벼락 사장님' 덕분에 골목길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조각들을 감상하며 매 주 그 길을 지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내가 수업하는 초등학교에 도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노란 색의 난간들이 어김 없이 나타났다.
방과후교사는 기본 1년이 계약 기간이다. 도서관 강의는 1회, 2회, 길어야 10회 정도의 강의가 많다. 그에 비해 방과후는 학교의 스케줄대로 1분기부터 4분기, 여름방학, 겨울방학 등 꽤 긴 편이다. 이제 딱 두달이 지났다. 아직 1분기도 지나지 않은 셈이다.
초보 선생님으로 과연 1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매주 가야하는 길을 헤매지 않도록 알려준 담벼락 사장님 덕분에 나는 마음을 다잡아본다.
내가 해매고 있던 길에서 따라갈 수 있는 '오른쪽 담벼락'이 있는 것처럼 방과후 교사의 길에도 담벼락 같은 것을 발견한다면 좀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이름 모르는 중국집 사장님에게 '담벼락 사장님'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그 분의 한 마디가 나의 일 년의 길잡이가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