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을 운영할 때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도서관에 '관장구함'이라는 광고를 보고 덜컥 지원을 했다.
당시 관장에게 도서관 운영에 대해 들어보니 '지자체 지원금'과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원을 받는 돈으로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지원금'은 해마다 평가를 통해 등급을 매겨 차등적으로 지원금을 주는데 그래도 B등급 이상은 받고 있어서 약 800만원가량(그 당시)의 지원금을 받고 있고 그와 비슷한 금액을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원받고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이 지원금에서 운영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인건비였다.
도서관은 운영시간이 길수록 평가를 잘 받는다. 하지만 인건비는 지원금에서 쓸 수 있는 한도가 있다.
자원봉사실비로 하루에 만원만 지급할 수 있었다.
도서관은 하루에 4시간이상 문을 열어야 하는데 만원으로 일하는 사람을 구하자니 당연히 어려웠다.
그래서 전 도서관장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어느 정도를 충당하고 있었다.
내가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 후로도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다행히 일 잘하는 분을 입주민 중에 구할 수 있어서 하루 2만5천원 가량의 비용으로 운영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나는 '시니어클럽'의 전화를 받았다.
'시니어클럽'중 도서관 근무 경험자가 있으니 일 자리가 없냐는 거였다. 나는 지금 있는 직원도 임금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런데 도서관 컨설팅을 하기 위해 다른 도서관에 가봤더니 '시니어 클럽' 분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저 분들을 쓰냐고 물었더니 임금을 시에서 준다고 했다.
그제서야 매몰차게 전화를 끊을 것을 후회했다.
나는 당장, 시니어 클럽에 연락을 해봤다.
마침 그쪽에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며 당장 보내드린다고 했다.
더구나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가능하다고.
'시니어클럽'이란 만 60세 혹은 만 65세 어르신들이 다양한 영역에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매 년 시에서 예산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제한이 있었다.
한 달에 10일만 근무할 수 있고, 하루에 3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었다.
그래서 3-4분을 지원받아 겹치지 않게 근무표를 짜고, 우리가 운영하는 토요일에도 부탁을 드렸다.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반납과 대출을 하려면 컴퓨터를 다뤄야 했는데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노인이 되면 컴퓨터만 다룰 줄 알아도 일자리가 많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생각해낸 방법이 직원이 없는 시간에는 반납은 그냥 받아두면 되고
대출은 '수기'로 작성해두면 나중에 직원이 입력하는 거였다.
지금이야 컴퓨터라 당연히 하는 것이지만, 바코드도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다 수기로 처리했던 일이다.
그래서 직원이 못 나오는 날에는 시니어 분들에게 도서관을 맡길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청소도 잘 해주시고, 또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대해 주셔서
도서관 분위기도 훨씬 편안해졌다.
내가 도서관을 운영하는 약 3년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직장암이라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돈을 주신 분도 있었는데
그 분들의 임금을 알기에 안받겠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꼭 손에 쥐어주셨다.
내가 이사를 온 후에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주신 분도 있다.
그 후에 나는 많은 도서관에 컨설팅을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인력 부족을 호소하면 '시니어 클럽'을 소개했다. 내 조언대로 '시니어 클럽'의 어르신과 일한 관장들은 만족도가 높았다.
나는 할미꽃을 볼 때마다 슬픈 전설이 떠오른다. 자신이 키운 두 손녀 중에 부잣집에 시집 간 손녀에게 버림받고, 가난한 막내 손녀에게 가려다 찬 바람 속에서 죽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시니어클럽'에서 우리 도서관에서 일했던 그 분들, 지금 이름은 잊었지만 할미꽃과 닮지 않은 멋진 노인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