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분노 유발자'와의 재회

by 북도슨트 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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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우연한 분노유발자'와 다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 글을 쓴 후에 정말 '우연'이 몇 번이 겹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첫번째 우연-과외선생님의 중단선언


아이의 과외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둔다는 연락을 받았다. 화요일 수업이라면, 일요일 저녁에 연락을 한 것이다. 몸이 아프다는 말에 재차 묻지도 않고 알았다고 그동안 감사하다고 했다. 원래 성실하고 꼼꼼한 선생님이라서 그만두겠다고 하는 건 그만큼 몸이 안좋겠지 싶어 몸조리 잘하라고 했다.



두번째 우연-숨고에서 새선생님을 찾다


나는 당장 화요일에 일을 해야 하니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당장 선생님을 구해야 했다. 공부를 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내가 일하는 동안 아이가 혼자 있지 않기 위해 선생님을 붙인 이유도 컸다.


그래서 어디선가 들은 얘기로 과외 선생님 구하기 괜찮다는 '숨고'를 들어갔다.


숨고에서 선생님을 구한다는 신청서를 보내니 5명 정도의 견적이 들어왔는데 그 중에 내가 생각하기에 적당해 보이는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고 매칭이 되었다.


통화를 하다보니 선생님은 이 근처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고 마침 내가 원하는 시간과 딱 맞았다. 보통 좋은 선생님을 만나도 시간 조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운이 좋다니! 싶었다.



세번째 우연-숨고에서 일을 찾다


이렇게 숨고를 보다보니 내가 '글쓰기 선생님'으로 숨고에 예전에 올려놨었고 마침 신청서가 보였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아서 신청서가 왔다고 해도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 아이의 선생님을 해결하라고 숨고에 드나들다보니 신청서가 보였다. 신청서에는 '인터뷰 책자 만들기' 도와줄 분을 찾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견적서를 보내봤다.



네번째 우연-시청의 일을 의뢰받다


'인터뷰 책자 만들기'는 다름 아닌 수원시청에서 하는 일이었고, 숨고에 링크된 내 인스타를 보고 적임자라며 내 견적을 수락했다.


숨고가 유명하다고는 해도 시청에서 쓸 지는 몰랐고, 또 마침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기뻤다. 그래서 나도 흔쾌히 한다고 하고 우선 '인터뷰 글쓰기' 강의 날짜부터 잡았다.



다섯번째 우연-강의 장소가?!


강의 날짜는 나의 스케줄 때문에 부득이 토요일로 잡혔다. 평일에는 다른 스케줄로 꽉 차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강의실 안내를 받아보니 그 장소가 바로 내가 시간제보육으로 아이를 맡기다가 '분노유발자'를 만난 곳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분노유발자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강의는 토요일이니 사무실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섯번째 우연-인터넷 연결의 문제


강의 날이었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했고,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역시 토요일이라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강의실은 잠겨 있었고 불도 꺼져 있었다.


수강생들이 오고 강의를 시작하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랜선'으로 연결된 노트북은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담당 직원은 어제까지 멀쩡히 되었던 거라며 자기가 해보겠다고 하길래 나는 차에 물병을 가지러 갔다.


물병을 가지고 돌아와보니 노트북을 손보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분노유발자'였다.



놀란 건 내 쪽이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서 있었다.


그 분노유발자는 내 강의를 위해 인터넷 연결을 해결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침내 문제가 해결되고 담당 직원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담당 직원은 이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의가 있을 때나 일이 있을 때 방문하는 입장이라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은 것 같았다. 담당 직원은 그 분노유발자에게 휴일인데도 나와 있어서 다행이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나도 얼떨결에 감사 인사를 했다.



한번은 분노하고 한번은 감사한 일을 나에게 선사한 '분노유발자'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은 일을 했을 뿐인데 그 결과가 한번은 분노가 되고 한번은 감사함이 된 일을 말이다.



그리고 많이 들었던 말 '회자정리', '거자필반'에서 나는 빠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만난 사람은 언젠가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말이지만, 그 안에 감정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


원수가 다시 만나 사랑을 할 수도 있고, 사랑을 한 사람이 원수가 되어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분노유발자'라는 내 식의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일에 열심인 분'으로 다시 이름을 붙여본다.


그리고 그 사람은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단정지었던 그 상황과 나 자신의 판단도 재해석한다.


삶은 '재해석'의 시간이 주어져서 과거를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름모르는 꽃을 기억하는 법'도 이렇게 시간이 흘러 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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