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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pr 29. 2024

고갱이 쓴 책 <<노아노아(향기로운)>>

http://aladin.kr/p/VegfY

고갱을 고흐의 조연처럼 생각했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화상을 그렸을 때 고갱은 목격자 내지는 심지어 용의자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흐와 고갱이 함께 보낸 9개월. 

긴 인생 중에 9개월만으로 회자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고갱을 따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갱'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 책 속에서 계속 고갱이 썼다는 <<노아노아>>라는 책이 언급되었지만 이 책의 번역본이 심지어 지금 내가 구매해서 읽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고갱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고 나서 <<노아노아>>를 찾아보았더니 2019년에 나온 번역본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그렇지만 놀랄 일도 아니긴 했다.

1600년대 책도 지금 읽을 수 있으니 1800년대 책도 읽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찾아보기도 전에 지금 그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전제를 너무 쉽게 해 버렸다. 


고갱이 타히티 시절에 썼다는 <<노아노아>>를 읽었다.


나는 광주 비엔날레 첫 해 방문해서 놀란 것이 작품이 아니라 '글'이었다. 당시 비엔날레 현장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글(도록이라 해야 할지 팸플릿이라 해야 할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이 너무 멋있어서 다들 글도 잘 쓰는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고갱이 글을 잘 쓸지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그의 글을 보니 타히티에서의 생활, 타히티의 신화, 그리고 고흐와 아를에서 있었던 일 등등이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고갱의 그림을 보는 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나는 고갱의 책을 읽기 전에 그동안 그림과 책을 찾아보며 읽은 내용으로 고흐는 알퐁스 도데를 좋아했고 고갱은 에드가 앨런 포를 좋아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둘은 달랐다고.

아니나 다를까. 고갱의 글에서 고흐가 알퐁스 도데를 인용하거나 찬미하는 장면이 나오고, 고갱은 포를 좋아해서 딸에게도 포에 대한 긴 글을 남겼다고 했다.


삶이 부분 해석만으로 이해가 불가한 것처럼 예술도 한 분야만으로 이해한다는 건 부족하다.


고갱의 자필 노트가 책에 몇 장 나오는데 글씨체마저 정갈하다.

타히티의 자연, 타히티의 문화 그리고 타히티의 신화를 적은 이 책은 고갱의 개인적 이야기를 떠나 후기 식민지시대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갱의 독자적인 화풍과 그림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고흐와 고갱, 인생의 어느 한 접점으로 분리하지 못했던 그 두 사람을 나는 고갱이 남긴 기록을 통해 독립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이란 '나를 나로 창조하는 것'이며 글쓰기도 마찬가지리라.   


덧> '노아노아'는 타히티어로 '향기로운' 형용사라고 한다. 고갱은 그림 제목도 타히티어로 썼듯이 책 제목도 타히티어로 썼다. 타히티에 머물면서 프랑스어를 쓰지 않고 타히티어를 배워 타히티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던 것만 보아도 고갱이 타히티에 대해 갖고 있던 관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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