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지금과 똑같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인생의 일회성과 유한함을 부정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신을 만들고, 신의 이야기를 지어내어 인간이 아닌 불멸의 존재를 만들고, 마치 인간도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여러 개념들을 만들어 냈다.
이른바 윤회가 그런 개념이고, 또 사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천국과 지옥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혹은 볼 수 없는 불멸을 믿고 싶었다.
그런데 그 윤회가, 불멸의 삶이 '지금과 똑같다면'? 이란 질문을 니체가 하고 말았다.
나는 요즘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험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복'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데
같은 내용의 책을 두 번 읽으면 더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책이니 두 번 읽으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의 때문에 읽는 책은 그렇지 않다.
처음 읽어서 아무 느낌이 없거나 혹은 재미가 없거나 읽어내기 어려운 것들도
두 번 이상 읽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두 번째의 독서가 참 좋다.
훨씬 더 의미들이 명료해지고 인과관계가 보이고 결론이 맘에 들었다.
어설프게 처음 읽었던 소설이 '결론이 이해가 안 돼!'라고 생각했던 것도
차근차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결론이 가장 자연스러운 경우도 많다.
두 번째의 독서에 인생을 비교해 보니 지금 인생을 두 번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똑같은 책을 두 번 읽으며 기쁨과 깨달음이 있다면 인생도 두 번 산다면 그만큼 초연해지지 않을까.
그런데 어설프더라도 첫 번째 기억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어찌 됐든 인생은 두 번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쪽을 택해야겠다.
같은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냐는 니체의 질문은 '기억이 보장되는지'를 다시 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