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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May 05. 2024

동기부여, 돈기부여, 심기부여

사진: 쿠팡 제품 소개 페이지

매일 커피를 즐겨마시는 나는 카페에도 자주 가고 그러다 보니 '텀블러'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실행력이 따라오지 않는 법.

맘 잡고 텀블러를 사용했다가도 어느샌가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부채감이 있었다. 내가 엄청난 환경 운동을 하려는 사람도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작게나마 실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보통은 자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것.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일회용품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정도라도 말이다.


완전한 한 명의 환경운동가보다 불완전한 10명의 환경실천자가 낫다고 생각하기에.


텀블러 얘기를 하자면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결심한 건 벌써 3-4년 전이다.

그동안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돈기부여'도 해보았다. 스타벅스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400-700원이 할인된다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설정을 바꿔야만 하는 것이라 설정을 바꾸기도 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스스로 설득해 보았지만 그것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카페인 작가님의 글을 읽고 당장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https://brunch.co.kr/@kafein/29

카페인 아니고 카페의 폐인이란 뜻으로 카폐인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가끔 쓰레기를 버려주겠다는 카페 직원들의 친절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끔찍할 정도의 불편함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니 텀블러를 꼭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혹시나 내가 버린 일회용 컵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버리고 그걸 카페 직원들이 싱크대에 쏟고 닦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이상 텀블러 사용을 미룰 수 없다.


나는 그동안 텀블러를 사지도 않았다. 어디선가 얻은 텀블러로 시도를 해보다 말았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일단 텀블러를 마음에 드는 걸 하나 사려고 검색을 했다. 뚜껑에 온도가 표시되고 내가 자주 먹는 톨 사이즈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골랐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텀블러를 사고, 카페에 가서 텀블러를 내밀고 여기에 담아달라고 했다.

살짝 직원에 미안한 경우가 있다. 하루에 여러 번 커피를 마실 때는 씻을 장소가 없어 텀블러를 씻지 못하고 내밀 때가 있는데 그때 텀블러를 비우고 담아달라고 하면  된다. 직원들은 익숙하게 텀블러를 헹구고 커피를 담아주었다. 


그동안 실패했던 텀블러 사용은 성공했고 나는 외출할 때마다 꼭 텀블러를 챙겼다. 


나를 움직였던 건, 동기부여-돈기부여도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심기부여'였다.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오죽하면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 있지만 물을 먹일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세상에 그 많은 텀블러가 있었지만 쓰지 못했던 나는 이렇게 마음이 움직여 쓰게 되었다.


사용해 보니 텀블러의 장점이 정말 많다.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방치했다가 버리는 경우도 꽤 있었는데 이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텀블러가 있으니 남은 커피를 아주 맛있게 마저 마시기도 한다.


환경을 위하는 게 지구를 위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못하는 것들, 그중 히나를 실천해서 기쁘고, 나를 움직이는 글을 만났다는 게 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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