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도 Mar 10. 2022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만나는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책은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를 하나하나 펼쳐보면 오래된 축적의 시공간의 기억들을 불러 모은다. 책의 기억이라면 어릴 적 시골 장날에 추억이 있다. 아버지와 함께 간 장날 모퉁이 자리에 늘 잡동사니를 파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벼룩시장이라 할까? 없는 것이 없었다.

그중 작은 책들이 진열된 곳에 세로로 적힌 책 제목이 눈에 갔다. 볼품없는 책을 아버지는 늘 한 두권 구입하셨다. 고된 농사일이지만 틈틈이 읽고 계시던 기억이 난다. 오래된 빛바랜 책은 이사를 하면서 없어졌다. 낡고 오래된 책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책 속의 기억보다는 책에 얽힌 사연과 기억, 추억 등의 소중함이 남아 있는 것은 시공간을 그리는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를리외르라는 제본 장인이 있지만 그 명맥을 이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수선가라는 직업은 흔치 않았다. 묵묵히 책 수선가로 시간의 형태를 정돈하고 다듬어 내는 책이 나와 반가움을 더했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아직도 책이라는 물성이 물성이라 보는 것의 인식을 변화한 책이었다.

디지털이 아닌 오직 손으로 수작업을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책에 쌓아온 그 주인의 시간과 마주한다는 것은 그 공간을 기억하고 촉감을 느끼는 일이다. 시간과 노력, 인내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탄생한 책은 또 다른 재탄생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기억의 순간을 축적하는 책은 우리의 과거이며 현재, 미래이기도 하다.



오래된 책을 간직한 사람은 책의 본연의 가치보다 애착에 가깝다. 애착은 필연적으로 살아온 이야기가 스며있을 것이다. 너덜너덜하기 까지 간직한 책은 그 책의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을 읽으면 책에 대한 예의와 나를 돌아보는 고스란히 과거의 축적된 시간을 품었다. 흔치 않은 직업이지만 귀한 직업이라 자부한다. 배재영 책 수선가는 파손된 책의 형태와 소중한 책에 담긴 의뢰인의 기억들, 책이 수선되어 재탄생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감정을 흘린다.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되살리는 일이란 새 생명을 잉태한 것처럼 고귀한 책의 삶 시간이라 해도 무방하다. 또 한 번 책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그 길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것.







이전 13화 읽는 독자로 성장하기 위한 개인적 시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