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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Aug 23. 2023

레드 썬






예전 어느 최면사는 이렇게 얘기했다.


"레드 썬~~"


그럼 의자에 누워있던 사람은 바로 기절하듯이 꼼짝하지 않는다.


최면사는 과거부터 서서히 이야기를 꺼내고, 지금 겪고 있는 시점까지 몰아온다.

그럼 누구나 그러하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누구는 엄마 뱃속에서 아기 때부터 기억을 하고,

누구는 동네서 뛰어놀던 시대를 기억하고,

엄마 뱃속을 넘어 과거, 즉 전생까지 기억을 해낸다.


정말일까?

한참 최면이 유행이 됐고 서점에는 스스로 최면을 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시점에 나 또한 동참하기로 하고 스스로 책 하나를 사고 선. 정독을 했다.


그리고 tv에 나오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용히 책에 적힌 순서대로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에 혼자 상상의 나래도 펴 본다.


내가 전생을 보면 어쩌지?


정말 전생이 보일까?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내가 깨어나지 못하면...

나를 누가 깨워주지?


마음을 편안히 갖고 책에서 처럼 주문 하나하나에 나를 컨트롤했다.

지금 생각하면 자기 최면이었다. 최면에 걸리거라는 믿음.


4번의 실패.

5번째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레드썬~"을 외쳤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깜깜한 세상이 오더니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천둥이 울리는 소리.

하늘을 보니 수많은 헬리콥터가 하늘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전쟁이라도 터진 것처럼...


그리고 난 스스로 잠이 아닌 것에서부터 깨어났다.

단 6초 정도 보여진 광경이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생생히 그때의 기억이 난다.

무서워서 두 번은 하지 않았고, 책도 어딘가 구석에 던져놨다.


정말 최면이란 있을까?


어떤 이들은 최면에 잘 거리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최면이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복불복인가?


그때 tv에서는 "레드썬'을 했는데 바로 잠에 빠지지 않는 연예인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 적도 있었다.


나름 믿고 안 믿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시대적 흐름에 끼지 못하는 이방인처럼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면에 걸릴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면 최면에 걸리지만,

최면 자체를 믿지 않고서 그 의자에 앉아 "레드썬"을 들어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면은 내가 만들어낸 기억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4~5살 기억도 갖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불가사의하게 엄마 뱃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물며, 전생의 기억이 난다고 하니...

하지만,

영화나 뉴스를 보면 범죄에 최면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잠재되어 있는 기억을 최면으로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전생은 몰라도 기억을 되돌리는 일은 조금 가능한 거 같지만 그것도 100% 믿음은 아니다.



믿음은 나를 배반할 때도 있고,

내가 믿는 만큼 큰 상도 이뤄질 때가 있다.

그래서 종교를 믿고, 가족을 믿고, 주위 친구를 믿으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50%는 가슴에 두고서 천천히 +를 더해가며 서서히 키워가는 거 어떨까...


우린 살면서 믿음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믿고서 돈 빌려 주는 거야."

"너 믿는다. 꼭 좋은 대학에 갈 거야."

"니가 한 말 믿어!"


살면서 서로 주고받는 믿음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믿음이 100% 돌아온 적이 얼마나 있을까...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믿음에 배반당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믿음에 배신당할 때 그 고통은 더하다.

그건 상대에게만 실망하는 게 아니고 그를 믿은 나 자신도 책망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이 말은 나 자신의 가슴을 치며 그를 믿은 나를 원망하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믿을 때 50%는 접고 그 사람을 지켜본다.

50%는 접고 봐도 믿음에 배신당하는 일도 있다. 그럴 땐


"그럼 그렇지."

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려 한다.


최면에 걸릴 거라고 믿고서 최면에 걸렸다고 울면서 과거로 갔다 오는 사람도 있고,

최면에 걸리지 않아서 멀뚱멀뚱 눈을 뜨고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 있다.

믿음 하나로 전생을 보고 안 보고 차이지만,

50%의 믿음만 갖고 있는 나는 5번의 시도 끝에 한번, 6초 동안 본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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