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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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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구봉선
Dec 05. 2024
손님 없는 빈소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장을 갔다 왔다.
'부고'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가족, 친인척 그것도 자주 연락 하지 않는 이상의 부고는 갑작스럽다.
아들 둘.
고인의 나이 89세.
'부고'를 듣고 먼 장례식장을 갔다.
장례식장에는 두 명만이 앉아 식사를 하고 계셨고 난 상주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으로 가 앉으면 내어오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육개장에 밥 한 그릇. 그 외 반찬들은 손이 가는 대신 그냥 눈으로만 먹으며 상주에게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묻는다.
이틀째 되는 날이라도 손님은 더 이상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이렇게 없어서야."
89세의 아버님은 치매셨다.
몇 년의 치매에 작년엔 간암의 용종이 발견됐다고 했고 연세가 있으시니 무리한 치료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그렇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요양원으로 가려니 녹록지 않아 그냥 집에서 아내가 보살피셨다고 한다.
덩치가 두 배만 한 남편을 24시간 돌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두 분은 번갈아 가면서 병원에 입원을 했고 수술을 하셨다.
그러다 어머니까지 치매증상을 보이셨다.
부모님이 9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아들들 또한 나이가 60이 넘었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돌아가신 친적분들을 제외하고 몇 분의 친척이 다였다.
그리고 친한 친구 몇 명... 그 마저도 오지 않는 지인...
북적북적했던 옆 식장보다 초라해 보기 안쓰러웠다.
그렇게 손님 없는 장례를 치르는 게 누구의 잘못일까?
90을 다 되어 사는 부모님 잘못일까?
60이 되어 몇 안 되는 지인만을 아는 자식의 잘못일까...
24년 전 올케언니의 장례식장에서 오빠 회사사람들 지인으로 장례식장은 화환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맞은편을 바라보게 됐는데 그곳에서는 반대로 남편의 상을 치르는 젊은 여자가 6~7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를 안고 텅 비어있는 장례식장을 지키는 모습을 봤다.
정신이 없을 때였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북적북적한 장례식과 비교되는 손님이 없는 장례식...
얼마 전 간 그 장례식도 마찬 가지였다.
옆 식장은 화환과 손님들 소리로 시끄러웠는데 너무나 조용한 장례식장을 들어서니 금방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죽어 치르는 장례식은 내가 살아온 자취 일수도 있다.
내 죽음은 슬퍼하는 사람들 속에 나를 기억해 주는 손님들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식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나가는 관하나 들어야 하는데 들 사람이 없어 당황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난 어찌 살아온 걸까...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갑자기 자는 듯이 죽은 것이 옳은 죽음일까? 아파서 골골하다가 죽는 것이 옳은 죽음일까? 어떻게 죽고 싶어?"
고통 없이 죽어야 하는 것이면 자다가 죽는 것이 깨끗할 것이고, 골골하다 죽는 것은 자신에게 고통 주위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것이기에 잠자다 죽는 게 행복 아니냐고...
"그건 이기주의 아닐까?" 했다.
난 자다가 죽는 것이지만, 그 남겨진 사람들은? 내 짐들은?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은?
나이가 서서히 들고 난 자식이 없다 보니 죽음에 대해 한걸음 한걸음 내 디딜 때마다 두려움보다는 미련과 걱정이 앞선다.
어쩜 살면서 이렇게 많은 짐들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 짐 하나하나에 추억도 있을 것이고 기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추억이지 다른 이의 추억이 아니다.
10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의 옷과 짐들을 정리하는데 그때 느꼈다. 내 짐은 내가 정리하고 가자.
"데스클리닝"
살아 있을 때 죽음을 미리 준비하자.
언제 죽을 줄 알고 준비하지?
묵은 짐부터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생의 반을 살았더니 있던걸 또 샀고, 비슷한 것도 3~4개가 된다.
오래전에 산 것이 지금에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내가 죽었을 때 처리 하는 사람은 부담이 적을 것이다.
오로지 그 죽은 사람에 대한 추모가 더 길어질 것이다.
얼마 전 개그맨 '이영자'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친한 동생도 모르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다 보니 추모의 시간이 부족했다고, 어머니는 친구와 친척으로 차분하게 추모를 하고 싶어서 연락을 안 했다고 했다.
2024년 12월 1일 기사에는
'무(無) 빈소 장례식이란' 기사도 났다.
손님이 없는데 빈소를 그렇게 격식에 맞게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서서히 바뀌는 장례문화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갈수록 인구도 적어지고 자식 하나 낳고 키우는 시대에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오겠나.
손님이 많아야 장례식 비용 또한 지불하겠지만 요즘 시대 손님이 많지 않으면 마이너스를 보게 되어 있다.
손님 없는 빈소를 지키는 게 오히려 더 불효를 하게 되는 거 같다.
잘 태어나 잘 살았으면 잘 가는 것 또한 숙제다.
자식이, 남은 사람이 알아서 하지겠지가 아니라, 내 삶에 대한 추억을 하나하나 내 손으로 정리하고 가는 게 깨끗하지 않을까!
손님 없는 빈소와 손님 많은 빈소를 보면서
'잘 못 살았네'
'잘 살았네'가 아니라 진정한 추모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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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죽음
장례식
Brunch Book
'죽음'의 기억
06
나에게 아빠는...
07
200년 된 집.
08
느그 할머니가 데려갔네.
09
흑룡이 다리를 다쳤다.
10
손님 없는 빈소
'죽음'의 기억
구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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