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잘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잘 좁혀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합니다.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의도치 않게 단절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만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인연을 유지하고, 어떤 인연을 만나고 어떤 인연을 떠나 보낼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한 직장을 16년 다녔습니다. 긴 시간 직장을 다니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결국 인간관계였고, 이 시간 동안 제가 깨달았던 것을 5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보이는, 그런 생각들입니다.
1.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말에 반감이 있었습니다. 사람도 노력하면 바뀔 수 있고,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6년이 지나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디폴트로 하면 판단이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잘 바뀌지가 않습니다.
2. 느낌이 이상하면 그 느낌이 맞다.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본능이 있고 본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느낌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첫눈에도 괜찮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인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고, 다시 판단하는 사려 깊음도 필요하지만, 내 느낌을 믿는 것을 디폴트로 가져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3. 아니다 싶으면 진짜 아닌 것이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진짜 아니다'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대부분 진짜 아닌 것입니다. 다시 판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나의 에너지가 많지 않고, 많은 경우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습니다. '진짜 아니다'라는 느낌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내가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4. 맞춰가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게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 맞춰가는 것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맞는 것이 있어야 맞춰갈 수 있습니다. 늘 내가 맞춰야 하는 관계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원래 맞는 것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편안하고 진실된 관계를 만듭니다.
5. 다 챙기려 하면 아무것도 못 챙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나만 힘들어집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저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는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저만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몇 명만 있어도 삶은 충분히 윤택해집니다.
관계가 운을 만듭니다. 좋은 관계는 좋은 운을, 나쁜 관계는 나쁜 운을 만듭니다. 평소에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운을 모으기도, 버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좋은 운은 좋은 사람에게서 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