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거짓말(1)

2020 팬데믹의 서막 - 10

by 그저남기는자

1. 엄마! 왜 집에서 마스크 쓰고 있어?

코로나 초기, 집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직장에서 쓰던 KF94 마스크는 집 앞에서 벗어 버리고, 현관문을 열기 전 덴탈마스크를 새로 썼다. 손 소독제를 바르고, 겉옷을 털고, 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 혹시라도 내가 묻혀 온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닿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날이면 아이는 달려와 안겼다. “엄마!” 그 작은 몸이 허리를 감싸는 순간, 반사적으로 한발 물러났다.


“엄마는 왜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있어? 우리 집에도 병균이 많아?”

나는 잠깐 멈칫했다. 사실을 말하면 아이는 더 불안해할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 불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집은 괜찮은데… 엄마가 좀 아파. 우리 공주 아프게 될까 봐 엄마는 마스크 하고 있을게.”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엄마 코로나 걸렸어?”

“아니야. 코로나는 아니야. 근데 엄마가 조금 아파.”


거짓말이었다. 그래야 아이도 한발 물러서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를 안지 못하는 엄마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 딸은 잠들기 전 기도에 한 문장이 더해졌다.

“우리 엄마 빨리 낫게 해 주시고, 코로나도 떠나가게 해 주세요.”

나는 아이가 잠든 뒤에야 베란다로 나갔다. 문을 닫고 마스크를 벗으면 얼굴에 남은 고무줄 자국이 따끔거렸다. 짧은 숨을 길게 내쉬고 다시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아이 옆에 누웠다. 손을 뻗고 싶었지만, 괜히 이불 위로만 가만히 올려두었다.


TV에서는 지방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갓난쟁이를 몇 달째 못 보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저릿했다. 나는 매일 아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매번 조금씩 물러섰다. 아이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미안해. 엄마는 아프지 않은데, 아프다고 했어. 너를 안지 않으려고 아프다고 했어.

그 밤에도 나는 마스크를 낀 채로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었다. 가까이 있지만, 조금 멀리서.


2. “엄마! 언제 와?”

“엄마! 나 오늘 엄마 보고 싶어서 눈물 나오려고 했는데, 참았어.”

전화기 너머 아이 목소리는 씩씩했다.

네 살짜리가 보고 싶은 걸 참았다고 말하는 저녁이었다.

“잘했네, 우리 딸.”

“근데 엄마 언제 와?”

그날도 사무실 불은 꺼질 기미가 없었다. 나는 습관처럼 말했다.

“한 10시쯤? 아빠랑 자고 있으면 엄마 갈 거야.”

거짓말이었다. 비상근무가 시작된 뒤로 나는 자정 전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아이의 잠든 얼굴만 보고 하루를 마쳤다.


아침에도 먼저 나섰다.

“엄마 오늘은 몇 시에 와?”

“음… 한 10시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또렷한 한마디.

“거짓말!!”

그 순간 알았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는 10시에 올 수 없다는 걸.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그 말이 맴돌았다. 거짓말.


그날 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 방은 이미 어두웠다. 이불 속 작은 몸이 고르게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문가에 서 있었다. 가까이 가면 또 약속을 해야 할까 봐. 그래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자주 거짓말을 했다.

아프지 않은데 아프다고 했고,

올 수 없으면서 10시에 온다고 말했다.

너를 지키겠다고 조금씩 멀어졌고,

달래겠다고 시간을 속였다.

네 살이면 모를 거라 생각했지만,

너는 알고 있었다.

마스크를 낀 엄마의 거리도,

10시라는 약속의 무게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 마음이 저릿하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그 최선이 늘 따뜻하지는 못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시간을 함께 건넜다.


마스크는 벗겨졌고,

비상근무도 끝났고,

어느새 너는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때, 엄마의 거짓말을 들어주고

눈물 나오려는 걸 참아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정말 잘 버텼다.

다들 잘 버텨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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