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버틀랜드 러셀 책을 샀다.
책을 닥치는 대로 많이 읽었다. 도서관에 가면 하루 종일 나오지 않았고, 작은 서점의 신간들은 모두 들쳐 읽었다. 도서관에 좋아하는 섹션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기도 했다. 도서관, 서점에 죽치다 못해 매주 책을 가져와서 빌려주는 서비스도 이용해보았다. 처음엔 책에 있는 생각들은 모두 진실인 줄 알았다. 그리고 서로 반대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 생각들도 있는 것을 깨닫고는 이것들이 진실이 아니고, 그저 저자가 믿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책 자체를 절대선이고 진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작가의 성의와 노력이 가득한 글들이 틀릴리가 없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책을 고르는데 더 신중해진 것 같다.
뉴욕에 갔다. 스트랜드 서점에 갔다. 엄청난 양의 책들이 쌓여있고 아주 오래된 헌책들이 빼곡하고 특유의 헌책 냄새와 신간 베스트셀러의 새책 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천국인가 생각이 들었다. 출장을 오기 전부터 러셀 책을 사고 싶었다. 문득 미국에 가면 러셀을 사야지 하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소설 한 권과 철학 책 2권, 러셀의 책을 한 권 샀다.
센트럴 파크에 가서 폼 잡고 벤치에 앉아서 읽었다. 태양이 따가웠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읽었다. 책을 들고 호텔에 들어가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이거 러셀이지? 상냥한 미소를 띄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래. 맞아. 더 말을 이어가기엔 좀 피곤해서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러셀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니면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한게 신기한 듯 했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피곤하지 않았다면 앞에 커피를 두고 새로운 친구를 사겼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지금은 닥치는대로 읽지는 않지만, 꾸준히 책을 사고 읽고 있다. 때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해결하러, 때로는 그저 궁금한 마음을 달래려, 때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러 읽고 또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