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건 반드시 가져야 해
이전에는 닥치는 대로 만나고 사귀고 헤어졌다. 그냥 내가 그런 성격이었다. 호기심이 많고, 누구를 한 사람 정해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누구든 내게 관심을 가지면 또 내 호기심이 동하면 사귀었다. 지금은 결혼 경력이 꽤 된다. 예전처럼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두면 안 되는 것을 알고, 나의 호기심의 방향을 일에 사회에 미디어에 가족에 쏟아왔다.
그러다가 솔로지옥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가득 찬 젊은 사람들을 보는 게 흥미로왔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만 그런지, 아니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모두 그런지는 모르겠다. 모두들 화려한 외모에 식스팩과 이두박근에 아이캔디가 따로 없었다. 자기 프로필을 소개하는 영상에는 줄곧, 자신감이 넘치고 누구와 상대하든 이길 수 있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야만 하는 성격이라고 소개를 한다. 그런 자신감과 소개에 맞게 이성과 이야기하는 태도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도 모두들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대부분 눈치를 보았다. 누가 자신을 계속 선택할 것인지 알 수 없고, 한 사람만 선택하는 것이 아닌 두루두루 만나고 싶어 하는 출연자도 있기에, 자신이 선택되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해하고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상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아주 얄팍한 것이 었기 때문에, 사실 다른 상대로 계속 바꿔나가는 것도 일견 일리가 있었다. 그저 다들 상대를 잘 알지 못하면서, 외모만으로 호불호를 결정해나갔다. 마치 우리가 멋진 이미지를 찾으면 저장하거나 좋아요를 누르 듯이. 내가 원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모으는 것과 같이 상대의 이미지를 수집하려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 그 사이에서 선택지가 좁혀지고, 그 안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해나가는 출연자들이 많았다. 좀 비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쇼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에 사람을 알아가야 하고 거의 매일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과 선택 사이에는 불안감과 경쟁이 출연자들을 힘들게 했었던 것 같다. 현실도 아마 비슷하겠지. 외모로 최대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야 하고, 순간순간 보이는 모습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성격이나 내면을 담아야 하겠지. 그리고 선택되지 않으면 혹은 자신의 선택이 호응을 받지 않으면, 또 다시 선택을 기다리거나, 다른 선택지를 찾아나가야 하겠지.
이런 선택을 앞에 두거나 선택지가 되는 젊은 이들이 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잘 알고, 외모나 이미지를 넘어서 내면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멋진 연애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더욱 성숙해나가기를 바란다.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사실은 예쁜 사진을 저장하는 것 그 이상의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