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8 콜럼버스가 된 기분으로 미국 입국
비교적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봤지만 어쩌다 보니 아메리카대륙은 밟아 보질 못 했다. 하와이와 괌 정도는 가봤지만 미국 본토는 못 가봤다. 미국이란 나라의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 있었다. 총기, 노숙자, 까다로운 입국심사. 그래서 첫 미국행은 누군가와 같이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원래는 남미여행 예정이었다. 동행하려 했던 친구가 남미는 결국 길게 일정을 빼기가 어렵다며 미국 지인을 방문한다고 해 고민 끝에 나도 미국행을 결정했다. 그래 이 기회에 두려움이 있던 미국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보는 거지.
가는 건 마일리지로 끊고 돌아오는 것도 마일리지로 끊으려 했지만 세금이 39만 원이다. 다른 항공 직항이 50만 원인데! 11만 원에 마일리지 3.5만 마일을 쓰기 싫어서 이렇게 마일리지는 다시 묵히기로
비행기표만 끊고 다른 계획은 짜지 않아서 비교적 편한 여행이 될 거였지만 시작에 좀 난관이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 환율 치솟았다. 며칠 내 안정되겠지 했지만 내 생각과는 반대로 더 올랐다. 결국 미리 환전했을 때 대비 10만 원 정도의 손해를 본 것 같다. 여행 이틀 전, 제주공항에서는 폭설로 인해 결항이 잇따랐다. 전날까지 눈은 왔지만 다행히 여행 당일은 날씨가 괜찮았다.
인천공항 2 터미널은 처음이다. 여행 당일 인천공항에서의 수속은 체크인도 모바일로 되고, 백드롭도 키오스크, 스마트패스에 자동입출국까지 하니 면세구역으로 10분 만에 들어왔다. 인천공항이 너무 오랜만이라 이렇게 간편하게 바뀌었는지도 몰랐다.
30분 정도 지연 후 탑승. 저녁 8시 출발인데 도착은 같은 날 오후 3시 도착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0시간여의 비행이었지만 장거리 여행을 최근에 좀 다녀 그런 건지 견딜만했다. 항공기에서 내릴 때는 아메리카 대륙은 처음 밟는 거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첫 발을 내디딜 때의 소리를 그대로 재현해 봤다.
MPC도 등록하니 입국심사도 10여분 안에 끝났다. 지문 찍는 장치에서 지문이 잘 안 찍혀 손세정제로 닦아보는 등 그게 제일 오래 걸렸다. 입국심사가 짧긴 했지만 다른 나라보다 질문을 많이 하긴 했다. 보통은 숙소 어디라고만 하면 됐는데 내가 영어를 좀 버벅거려서 그런지 예약 내역을 보여주랬는데 스마트폰의 로밍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라 보여줄 수 없어 곤란했는데 다행히 친구가 먼저 심사를 끝내고 뒤쪽에서 기다리는 게 보여서 불러서 친구 폰에 있는 내역을 보여주고 무사히 통과했다.
이때부터 와 내가 미국에 오다니를 몇 번을 했나 모르겠다.
첫 목적지는 할리우드 사인을 보러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했다. 천문대이지만 전망대의 느낌으로 사람들이 방문한다. 할리우드 사인은 눈으로 보면 볼만하지만 사진으로는 너무 작게 보인다. 이 사인보다 LA의 잘 정돈된 시내 야경과 안개로 뒤덮여 신기루처럼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더 인상 적였다.
미국에서의 첫끼는 말로만 듣던 인앤아웃버거이다. 패티와 치즈가 두 장씩 들어가 두배로 맛있다. 프라이도 메뉴에는 없는 애니멀 스타일로 주문. 역시 맛있다. 이게 미국이지!
맛있게 먹고 4시간여를 달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라스베이거스 사인에서도 사진 찍고, 엑스칼리버 호텔에 체크인했다. 체크인하는데 3박 중 마지막 1박 할 때 방을 옮겨야 한다며 방당 100달러 식당 크레디트와 주차무료권을 받았다. 이게 뭔 소린가 싶지만 그래도 100달러면 이득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피곤하지만 이대로 자긴 아쉬워서 카지노 체험을 해보기로
내가 아는 카지노는 입장을 따로 하는 카지노였는데 여긴 그냥 로비가 카지노이다. 대부분 전자식 슬롯머신이었고, 룰렛이나 휠은 판돈이 높아 엄두도 못 내고 슬롯머신만 몇 가지 경험하는데 20달러, 40달러가 순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