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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까자까 Oct 10. 2023

호주학교 오리엔테이션은 처음이라

28살에 고3이 되었다.


28살에 고3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RMIT 파운데이션 코스를 패스하지 못한다면, 대학 입학은 없다.
무조건 패스해야 한다.
자급자족 늦깎이 유학생의 호주 대학 입학 도전기.
매거진 <28살이지만, 고3입니다> 지금 시작합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를 볼 때면 항상 진정한 내편의 친구들이 여기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갑내기 까진 바라지도 않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했다. 금발의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패션 센스 쩌는 게이 친구도 사귀고 싶었다.


캐리처럼 언젠가 글을 쓰는 일도 하고 싶었다. 칼럼이든, 여행 에세이든, 마지막엔 항상 "카리브해 북쪽 아일랜스 요트 위에서 김자까자까" 캬... 이 얼마나 멋진 마지막 문장 인가?

캐리옆엔 특별한 3명의 여자 친구들이 있고, 그녀의 또 다른 베스트 프랜드 게이 친구가 있다.


멜버른 생활 3년 차에 접어들며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더 철저히 한국인 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귄 한국인 친구들은 한인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뿐이었다. 새벽에 경기장 청소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한국인과의 관계를 맺지 않았다. 로이스 호텔에서 일하면서 한국인 두 명에게 왕따를 당해서  데인 것도 있었지만 더 철저하게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1년 넘게 친구가 없었다. 쓸쓸했다.

외로웠지만 그럴때마나 나의 랜선 친구 캐리와 사만다를 만나러 <섹스 앤 더 시티>를 시청하고 또 시청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뺨뺨빠라 빰빠빠라라~ 흥미로운 인트로 음악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캐리는 친구들과 뉴욕의 핫한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클럽에서 신나게 술을 마시고, 센트럴 파크 공원에서 수다를 떠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아.. 나도 저런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


언제나 사람들 속에 쌓여서 살던 내가 친구 없이 1년을 지내본 건 처음이었다.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 생겨 좋았지만, 쓸쓸함 앞엔 장사 없었다. 외로웠다. 10불짜리 전화 카드를 들고 집 앞 공중전화로 향했다. (이땐 불행하게도 카카오톡이 생기기 전이다) 집 앞 클럽엔 오늘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캐리와 친구들처럼 리무진을 타고 와 클럽 문 앞에서 북적거린다. 한 손엔 길쭉한 샴페인 잔을 들고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턱시도를 멋들어지게 입은 수염 많은 남자. 다들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마치 <위대한 게츠비>의 화려한 파티를 실제로 보는 느낌이랄까? 크고 묵직한 클럽 문이 열릴 때마다 흘러나오는 비트 빠른 음악과 화려한  조명은 나를 더욱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지치고 외로울 때면 한국에 있는 언니와 친구에게 전활 걸었다.

"여보세요, 나는 잘 지내 (잘 못 지내), 밥도 먹었어, (아직 안 먹었어), 오늘은 이런 즐거운 일이 있었어. (오늘 힘들었어)"

그들을 안심시키고, 하얀 거짓말을 하고 수화기를 내리면 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감정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 나약해지지 않으려 야라강을 걸으며 다짐도 해 보고, 온갖 상상을 풀로 하면서 미래의 행복 회로를 돌리고 또 돌렸다.


걷다 보면 문득 부정적인 감정이 치고 올라왔다.

나는 여기 왜 왔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아니야. 나에겐 목표가 있잖아.

지금은 친구가 없어서 너무 쓸쓸해서 그런 거야.

지금은 밤이어서 그런 거야.

한 달에 한번 있는 그날이라 더 센티한 거라고.

이건 호르몬 부작용이 틀림없어.

그렇게 불빛 반짝이는 야라강을 걸으며 수없이 나를 다독였다.



멜버른 야라강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만나게 되었다.

RMIT 파운데이션 코스가 시작이 되고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시작된 학교 생활에서 나는 운명적으로 그들을 만났다.


명랑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 쑤웨이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완벽주의자, 저스틴

천재적인 재능이 뛰어난, 아이린

위트 있는 웃음 바이러스, 디디


그들을 만나는 순간 나의 세계는 또다시 한번 흔들렸다.







오리엔테이션


드디어 시작된 RMIT  파운데이션 과정 첫날.

안내받은 책자대로 오리엔테이션 강의실을 찾아 학교 안을 탐색했다.  킁킁 학교 냄새.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여기저기 노트북을 켜고 과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나도 곧 저렇게 영어로 과제 이야기를 하겠지? 입가엔 옅은 미소와 함께 영어 걱정이 다시금 밀려왔다. 아.. 영어 공부 좀 더 빡쎄게 할걸..


아시안이 많았지만 금발머리도 꽤 보였다. 실감이 났다. 아. 나도 이제 여기 학생이구나. 워킹 홀리데이 신분을 벗어나 나도 이젠 유학생이구나. 다시 한번 학생카드를 보며 건치 미소를 날렸다.


영화관 문처럼 생긴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많은 학생들이 이미 도착해서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니 어색한 공기만이 가득했다. 홀 형태의 큰 강의룸이었다. 강단은 아래쪽에 있고, 의자는 극장처럼 접혀있었다. 강의실 아래에서 위로  나열되는 형태였다. 책상은 정말 코딱지 만했다. A4 보다는 사이즈가 조금 컸는데 딱 작은 노트북 하나 겨우 놓을만한 공간이었다. 나는 자리를 쭉 스캔했다. 오른쪽 중간의자에 앉았다. 왠지 거기 앉아 있는 여자애가 똑똑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곧 강의실엔 교수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한국처럼 술만 퍼마시는 OT가 아니라, 진짜 OT였다.

6월에 시작하는 파운데이션 코스는 '아트, 디자인 그리고 건축'을 두루두루 배운다.  8개월의 과정을 모두 수료해야 RMIT University에 입학할 자격 조건이 주어지는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내가 다닐 클래스는 Group 8. 학생 수 25명.

묵직한 재료들을 잔뜩 받아 무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무척 기대가 되어 설레는 마음에 잠이 도통 오지 않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8개월간 다니게 될 파운데이션 코스 건물



<알아두면 쓸데 있는 잡학다식>
RMIT 파운데이션 과정은 한국의 고3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수능 까진 아니지만 RMIT에서는 고3과정이라고 부른답니다.  한국과 호주의 교육 시스템이 달라,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을 나오지 않았다면, RMIT 대학을 들어가기 전 파운데이션 과정을 수료해야 해요. 물론 모든 과목은 패스해야 하며, 아이엘츠 영어 시험도 5점 이상이어야 한답니다.
제가 다니게 될 코스는 'Art, Design and Architecture'
RMIT 대학교는 패션과 건축이 유명해요.

RMIT 파운데이션 시작은 2월, 6월, 7월 코스가 있으며, 주로 아시아인이 많더라고요.
나이는 17세부터 20대 초반까지 다양하게 있었답니다.
제가 다닐 때는 8개월 코스였는데, 현재는 1년 코스로 변경이 되었네요.

▼ RMIT 파운데이션 코스 관련 더 많은 정보는▼
www.rmit.edu.au/internationalcollege




https://www.youtube.com/watch?v=dBfeLFIL9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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