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운 김동찬 Apr 20. 2024

책을 마치며

참다운 여행자가 되기 위하여


책머리에 밝혔듯 이 책에 쓰인 글은 모두 지나온 제 삶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흔적은 유치하기도 하고 치기가 어려있기도 하지만 고희(古稀)를 지나 희수(喜壽)가 가깝도록 살아온 스스로의 삶이 나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철부지 노인의 독백 같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는 그의 시(詩) ‘여행’에서 ‘참다운 여행자들은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나는 자들’이라고 읊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가장 장엄한 여행입니다. 이 ‘삶이라는 여행’에서 참다운 여행자는 오직 살기 위해서 사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여행과 달리 삶이라는 여행에서 ‘떠남’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떴을 때 우린 이미 삶이라는 여행길 위에 던져져 있습니다. ‘떠남’이 이미 시작된 삶이라는 여행에서 참다운 주인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살기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살기 위해 열심히 살다 보면 무언가를 이룰 수도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아름다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지나친 기대에 부풀어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떠나기도 힘들고 떠난 뒤에도 부담이 커서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보들레르가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나는 자들이 참다운 여행자들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참다운 여행자들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날 수 있었고 그들의 여행은 자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내세울 것 없는 삶이지만 저는 최소한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무언가에 얽매이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삶을 희생하지도 않았습니다. 떠나고 싶으면 떠났고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왔습니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30년이란 세월을 외국에서 살다가도 훌훌 털고 고국으로 돌아와 살 수 있는 것도 ‘오직 살기 위해 살며’ 삶 이외의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노년이 되어 돌아온 저희 부부를 그 따뜻한 품으로 받아준 고국의 산하와 친지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하며 남은 삶을 열심히 살 것입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자유롭게 ‘오직 살기 위해 살다’ 보면 또 삶의 흔적이 남을 것이고 그 흔적이 쌓이게 되면 또다시 한 권의 책이 되어 여러분 앞에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의 삶이 자유로운 삶이 되고 여러분 모두가 삶의 참다운 주인이 되시기를 바라며 책을 닫습니다.


2024. 4월 석운 김동찬 

매거진의 이전글 신서란 귀거래사(新西蘭 歸去來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