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9년 파리, 한 초상화가는 자신의 작업실 창문을 통해 길 건너에 새로 생긴 사진관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지난달부터 초상화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장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몇 주가 걸리는 그의 작업을, 새로 등장한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 사진은 30분 만에 해내고 있었습니다.
이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세기 중반, 사진의 등장은 많은 화가들의 생계를 위협했습니다. 특히 초상화 제작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화가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응은 러다이트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인상파의 탄생
"사진이 우리의 일을 빼앗는다!"
대신 그들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진이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모네, 르누아르, 드가와 같은 화가들은 사진의 등장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수 있다면, 화가는 현실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실험은 마침내 인상주의라는 혁신적인 미술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이 포착할 수 없는 순간적인 빛의 변화, 감정의 흐름, 대상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그들은 캔버스에 담아냈습니다. 더 이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죠. 대신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현대의 초상화가들: AI 시대의 우리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ChatGPT가 영어 이메일을 완벽하게 작성하고, DALL-E가 순식간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저는 14년 동안 회사에서 영어 계약서 작성과 검토 능력을 키워왔지만, AI는 이제 그 일을 몇 초 만에 해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19세기 화가들처럼 물어야 합니다.
"AI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만의 '인상주의' 찾기
인상파 화가들이 그랬듯, 우리도 AI와 차별화된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1. 맥락의 이해
- AI는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그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 인간은 경험과 직관을 통해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2. 창의적 문제 해결
-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 인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3. 감성적 교류
- AI는 공감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감정적 교류는 불가능합니다.
- 인간관계와 감성적 소통은 여전히 우리의 고유 영역입니다.
새로운 르네상스를 향해
사진의 등장이 결과적으로 미술의 르네상스를 가져왔듯이, AI의 등장도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입니다.
저는 요즘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영어 이메일을 검토받는 것을 넘어, AI와 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습니다. AI가 기본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동안, 저는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창조적 도전정신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100년 이상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고흐 형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숭숭하고 슬픈 연말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모쪼록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