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나가 떨어지며 인류의 과학이 바뀌었고, 다른 사과 하나가 그려지며 예술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으며, 또 다른 사과 하나가 디자인되며 기술문명이 혁신되었습니다. 뉴턴과 세잔, 그리고 잡스의 사과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매일 사과를 먹기만 하는 저는, 오늘도 반성을 합니다)
특히 세잔과 잡스의 사과 사이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잔은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의 절대적 규범이었던 원근법을 과감히 깨뜨렸습니다. 그의 정물화 속 사과들은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정렬되지 않았고, 때로는 불가능한 각도로 테이블 위에 놓였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시도였습니다.
"자연을 원통과 구, 원뿔로 다루어라"라는 세잔의 선언은 단순한 미술 기법의 변화가 아닌, 세상을 보는 방식의 전환을 의미했습니다. 그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대상의 본질을 추구했습니다. 그의 사과는 더 이상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형태의 근원을 탐구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바구니가 있는 정물>, 폴 세잔
약 100년 후, 스티브 잡스는 세잔과 비슷한 혁신을 기술의 영역에서 이뤄냈습니다. 당시 컴퓨터 업계의 '원근법'이라 할 수 있는 성능 지상주의를 타파하고,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애플의 로고가 된 한 입 베어문 사과는 단순한 회사의 상징을 넘어,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폴 세잔과 스티브 잡스
세잔이 "나는 인상파 화가들처럼 그리고 싶지 않다"
고 선언했듯, 잡스도 "우리는 IBM처럼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기존의 지배적 패러다임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세잔의 사과가 이후 입체파를 통해 현대미술의 혁명을 이끌었듯이, 잡스의 사과도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의 혁신은 모두 '단순화'와 '본질 추구'라는 공통된 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세잔은 복잡한 현실을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하며 회화의 본질을 찾았고, 잡스는 복잡한 기술을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단순화하며 사용자 경험의 본질을 찾았습니다. 세잔이 "예술은 자연과 평행을 이루는 조화"라고 말했다면, 잡스는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뉴턴의 사과가 물리적 세계의 법칙을 발견했듯이, 세잔과 잡스의 사과는 각각 예술과 기술이라는 인간 활동의 새로운 법칙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개의 사과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사과를 배웁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의 변화 앞에서, 이 세 개의 사과가 보여준 혁신의 교훈은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각각의 사과가 우리에게 주는 구체적인 가르침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뉴턴의 사과가 주는 교훈은 '관찰과 통찰'입니다. 누구나 보아왔던 사과의 낙하에서 보편적 법칙을 발견했듯이, 우리도 AI라는 새로운 현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본질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AI가 우리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자연스러운 법칙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잔의 사과는 '고정관념의 타파'를 가르칩니다. 세잔이 전통적인 원근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듯이, 우리도 기존의 업무 방식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렇게 해왔으니까", "나이가 들어서" 같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만의 독특한 시각과 경험을 AI와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잡스의 사과는 '단순화와 통합'을 보여줍니다. 잡스가 복잡한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게 단순화했듯이, 우리도 AI를 어렵고 두려운 대상이 아닌, 일상적 도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동시에 기술과 인문학을 통합했던 잡스처럼, 우리의 경험과 지혜를 AI의 능력과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현시대 가장 유명한 사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제가 이전 글에도 계속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1. 일상적 AI 활용하기
- 이메일 작성, 문서 검토 등 반복적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
-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개선하는 '편집자' 관점 갖기
2. 창의적 접근 시도하기
- AI가 제시한 기본 안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통찰 더하기
-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 창출하기
3. 본질에 집중하기
- 단순 업무는 과감히 AI에 위임하고 전략적 사고에 시간 투자
-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공감, 직관, 창의성 개발에 주력
이처럼 세 개의 사과가 가르쳐주는 '관찰과 통찰', '고정관념의 타파', '단순화와 통합'이라는 교훈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AI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개의 사과가 보여준 것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정신, 그리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입니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진정한 혁신의 정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