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만합니다.
11시 30분, 사무실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저는 자리에 남습니다. 동료들이 "같이 먹으러 가요?"라고 물을 때마다 저는 "오늘은 패스할게요. 산책 다녀올게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의문이 담겨 있습니다. 40대 팀장이 왜 점심을 거르는지, 건강 문제가 있는지...
시작된 이유
작년 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았을 때 수치들이 좋지 않았습니다. 콜레스테롤, 혈압, 체중... 모두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의사는 간단히 조언했습니다.
"식습관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바로 식단 조절을 시작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고 체중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회식'입니다.
식단 조절의 적, 저녁 술자리
한국 직장 문화에서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이자 인간관계 형성에 중요한 자리입니다. 팀장으로서 이 자리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한 번의 회식이 며칠간의 식단 조절 노력을 무너뜨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주 한 병은 약 540칼로리입니다. 안주까지 더하면 하루 권장 칼로리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게다가 술을 마신 다음 날은 피로감 때문에 다음 날 활력도 떨어집니다. 악순환의 연속인 거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점심을 거르기로 했습니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이 있었기에, 하루 한 끼만 먹는 셈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배고픔을 견딜 수 있을까?', '업무에 영향이 없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점심 대신 산책
적응은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오히려 점심 식사 후에 느끼던 졸음이 사라졌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사무실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봄이 되어 날씨도 좋아지니 더욱 좋았습니다. 30분 정도 걷는 시간이 생각보다 유익했습니다.
산책은 단순히 배고픔을 잊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무실을 벗어나 걷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오전에 해결하지 못했던 업무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반응
당연히 이런 변화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점심 안 먹고 일이 제대로 돼?"
"다이어트 중이야?"
"건강에 안 좋은 거 아니야?"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곧 제 선택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건강 관리 방식은 제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일은 잘 되고 있어요. 오히려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간단히 대답하고 넘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호기심에 따라 해 보려는 젊은 직원도 생겼습니다.
미얀마에서의 경험
사실 이런 식습관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미얀마 산골에서 2년간 지냈습니다. 그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루 한 끼 식사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침은 차 한 잔으로 시작해 점심에만 식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몸이 적응하자 오히려 편안해졌습니다. 배고픔도 불편함이 아니라 몸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시기에 오히려 건강 상태가 좋았고 정신도 맑았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은 있어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에서의 단식 경험이 지금의 저를 살리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의 이점
이후 미얀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헐적 단식에 대해 더 알아보았습니다. 간헐적 단식에는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몸의 자연정화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음식을 먹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몸은 낡은 세포를 정리하고 새롭게 하는 과정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둘째, 불필요한 염증이 줄어듭니다. 단식은 몸의 염증을 줄이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셋째,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간헐적 단식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뇌 기능을 보호하는 물질 생성을 촉진해 생각이 오히려 더 맑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몸과 마음의 연결을 다시 찾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진짜 배고픔이 아니라도 습관적으로, 사회적 이유로, 또는 감정 때문에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 진정한 배고픔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려줍니다.
남의 시선, 그리고 자유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중요한 교훈은 '남의 시선에 덜 신경 쓰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 결정을 내립니다. 건강한 식습관조차도 사회적 관습에 맞추게 됩니다.
점심을 거르는 제 선택은 제 몸과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에서 벗어났습니다.
오늘도 저는 점심시간에 산책을 했습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다른 직장인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점심을 먹지 않는 40대 팀장" - 최근에 제가 스스로 만든 또 다른 정체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