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수다 - 진심어린 인사와 TIP 문화

by Beverlymom

날이 쌀쌀하여 뜨끈뜨끈 국물이 땡기거나, 전날 과음하여 속이 쓰리거나,

혹은 종일 끼니를 거르고 바쁜 업무로 피곤할 때 한그릇 음식으로 편히 허기와 피로를 해결하고 싶을때...

그럴때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뚝배기 국밥을 한술 크게 떠서 후후 불며 입에 넣으면, 그 뜨거움과 행복에 인상을 크,, 찡그린다.


시큼한 깍두기 한입 와삭와삭 씹어먹으면 그 찡그린 행복한 인상에 동공이 확대되며 미소가 절로 나온다.

후루룩 후루룩 먹다보면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이고 배부른 내 위장과 달리 마음은 없어진 국밥이 아쉽다.

더 먹기엔 배가 부르고.

와중에 "깍두기 더 줘요?" 라고 서빙하시는 분이 친절한 옆집 아줌마처럼 이것저것 필요한 거 없나 물어올 때면, 그곳은 손님으로 온 곳이 아니라 이모집에 놀러와서 밥 한끼 먹은 마냥 기분이 푸근해진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이모~ 이모님~하고 부르게 된 걸까.

정겨운 한국 문화에서는 팁이 아닌 친절한 인사로 그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감사를 대신하고 나온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혹은 " 많이 파세요"


그러면 "또 와~조심히 가요" 하고 답을 해주신다.


정말 감사해서 진심이 가득하거나, 혹은 습관적으로라도 감사 인사를 하고, 더불어 '많이 파세요'라는 덕담까지 하고 나오는 경우가 일상인 우리나라다.

그런 이모같은 분들은 반찬 하나 더 주시려하고 , 밥 한공기 더 내어주려고 하셨던 분들이다.


요즘 MZ 세대 스타일이 중점이 되면서 한국 서비스 업계도 많이 달라져서 이전같지 만은 않은것 같다.

네일 가게에서 손님이 오면 말 한마디 안하고 네일 관리만 하는 곳이 있더라고 들었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받아주고 응대하는 일이 감정노동이기에 그 가게는 손님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란다. 이해는 한다만,,,

그 곳에서 서비스를 받던 친구는 조금 불편했다고 했다. 서로 가까운 공간을 사이에 두고 한시간 앉아 있는 동안의 적막.


나는 기본적으로 수다를 좋아하지만, 쉬고 싶은데 말을 계속 걸어오는 것도 싫어하기에 그런 MZ세대가 운영하는 가게가 편할지도 모르겟다.

그러나 실력이 좋다면 가끔은 가겠지만, 그곳의 단골이 되지는 않을 거 같다.


일단 뷰티관련업, 요식업, 호텔 숙박업은 서비스업에 분류된다.

서비스도 그 사업의 일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무릎을 꿇고 '고객님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라는 서비스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객님~고객님~'하며 이쁜 미소와 단정한 손자세로 90도 허리 숙여 인사하는 서비스는 손님으로서, 사실 나는 오히려 조금 부담스럽다.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도 사람이기에 매일 감정 노동에 시달리며 점점 더 그 일은 마음을 비운채 로봇 음웃으로 고객을 응대하게 될 것이다. 진상 고객들 또한 수백명일터이다.


한국말로 뭐든 '적당히'가 어렵다.

고객과 종업원간의 적당한 예의와 적당한 서비스.


개인적으로는 한국만의 '진심 어린' 인사가 오가던 그 문화가 좋다.

국밥집이나 식당에 가면 툭툭 내던지듯 투박한 서비스지만, 밥 한공기, 김치 한입 더 먹여 손님의 속을 채워줘서 내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뷰티 관련 미용실 언니들의 서비스는 국밥집과 또 다르다.

사촌언니처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남자친구와는 잘 되어가?'라고 물어왔다.

주부가 된 지금은 미용실에 가면 '애들은 어디있어? 공주님들은 잘 커가요? 학교는 좋아하고?' 라며 따뜻한 안부 인사로 맞이 해 준다.


물론 가끔 어떤 헤어디자이너 분들의 끊임없는 수다가 부담되기도 한다.

그럴 땐 잠을 못자 피곤하다고 이야기하면 더 이상 말을 마구 걸지는 않는다.


내가 봐왔던 그들은 대부분 'Good listener' 였다. 잘 들어주는 사람들.

그들은 손님의 사생활을 끊임없이 묻지도 않는다.

고객에게 질문을 던져두고 본인의 업무, 헤어관리 를 한다. 맞장구를 쳐가면서.

언니들의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쩌다 고객인 내가 스스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줄줄줄 털어놓고 있을 때도 있다. (어쩌면 MZ세대들은 이 듣는 부분을 감정 노동이라 표현할지도 모른다.)

절친도 자매도 아닌데 속에 감춰둿던 이야기를 그 곳에서 하고 나오면 머리도 가슴도 가벼울 때가 있다.

그래서 그들이 Good Listener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고객은 맞지만, 그렇게 마음으로 챙겨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쩌면 기계적으로 90도 허리숙여 인사하는 서비스보다 가슴에 더 와닿고, 다음에는 그 헤어디자이너의 커피나 빵을 사들고 가고 싶은 나만의 단골 미용실이 된다.


여성 비율이 더 많은 이런 서비스업에서 적막한 네일가게 보다는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게로 만들어 단골이 많아진다면, 그 또한 성공한 마케팅.

이해 사이가 걸려있어도 사람이기에 서로의 진심은 안다.


이런 와중에 미국처럼 팁을 챙겨준다면 그 국밥집 이모나 미용실 언니들은 더 이상 '정'이 깃든 친절을 제공하기가 어색할 지 모른다. 그들의 친절은 돈 한푼 때문에 나오는 한마디가 아니기에.

한국에 그런 이모같은 종업원분께 천원, 이천원을 더 드린다면 아직은 기분 나빠하실 분들이 더 많을거 같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먼 친척에게 대하듯 마음의 정이 오고 가고, 새로운 세대가 되어 그 모습은 변하고 있지만 '정' 이라는 DNA가 한국인의 몸속에 확실히 있는거 같다.


그래서 한국에 팁문화가 들어간다면, 반찬 하나 더 주시려는 우리의 '정' 문화는 그 의미가 사라질 듯 하다.

김치 한 접시 더 내어 주시는 모습이 마치 팁을 더 받으려 하는 이해 관계로 보일지 모르니 말이다.




집을 수리하느라 며칠 공사일을 해주시는 아저씨들께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그런 공사일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점심으로 식사를 대접하면 우리처럼 크게 감사해 하진 않는다.

공사 노동직은 대부분 남미인들이 많은데, 그들은 그런 도시락을 제공하니, 스스로 대접을 받을 만큼 일이 탁월한 줄 알고 다음일을 대충하는 경우도 보았다. 음식을 챙겨주는 이를 쉽게 보는 경향도 있다.

그들은 차라리 팁을 더 주는것을 좋아한다.

현금으로 팁을 받으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먹거나 살 수 있기 때문인다.


미국은 레스토랑이나 카페등 팁문화가 익숙해져 있다.

처음 미국 왔을 때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고 내가 내야할 최종 가격을 계산하는 일에 적응이 안 되었다.

영수증을 받아보면 판매세(Sales tax)가 각 주 마다 다르게 책정되어 있었고, 거기에 팁도 둬야했기 때문인다.

가령 음식을 주문할 때 메뉴판에 적힌 음식가격에 약 10퍼센트 (당시 뉴욕주의 판매세 비율)을 더하여 내고,

또 다른 10퍼센트를 팁으로 테이블에 두고 나와야했다. 결국 메뉴판에 적힌 가격에서 20퍼센트를 더해서 계산을 하여야했으므로 불편했다. 차라리 한국처럼 가격에 미리 판매세를 포함을 시켜놓든지.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적응이 되어있다.


처음 나에게 팁문화를 가르쳐 준 선배는 팁이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면 20프로든 30프로든 더 줘도 된다고 하였고, 만약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면 1불만 내도 된다고 하였다.

대부분 나는 10-15퍼센트를 주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18-20퍼센트가 기본으로 팁도 올랐다), 간혹 여행시 기분 나쁜 서비스를 당했다면, 그들을 불러 컴플레인을 하는 대신 적은 액수의 팁을 놓고 나왔다.


한번은 종업원에게 인종차별을 당한적이 있었는데, 화가 나서 팁을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안주고 나오면 아시아인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바 매니저를 불러 정확히 이야기하였다

몇불을 직접 건네주며, 이 팁은 버스보이(테이블을 치우는 사람)에 대한 팁이고, 우리를 담당했던 (인종차별을 했던) 종업원은 내가 상당히 기분 나쁜 서비스를 받았고, 내 여행 기분을 망쳤으므로 1불이라도 그녀에게 팁을 줄 수 없다고 꼬집어 말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매니저도 당시 긴말 않고 깔끔하게 알아들었다.

요즘처럼 옐프yelp라도 있었다면 온라인에 별표로 불만을 드러냈겠지만, 당시는 팁으로 표현을 하였다.


대부분 미국 서비스업계는 친절하다.

한국처럼 90도 인사를 하는 곳은 없지만, 엑스트라 팁을 벌겠다고 오버하는 사람도 없다.

이미 정착된 팁문화는 카페나 레스토랑 어디를 가든지 그냥 일상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팬더믹 이후 최근에 미국의 팁문화가 또 다른게 변하고 있다.

영수증에는 18-20퍼센트의 직원팁이 미리 포함되어 있고,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직원의 보험료까지 영수증에 포함 시켜놓은 곳도 있다.

처음에는 직원 보험료까지 다 내야하는 줄 알았는데, SNS에서 그 내용에 대한 정보가 올라왔고 굳이 내야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업주가 내야할 비용을 고객들에게 분담 시킨 것이었다. *

주로 팁은 내가 테이블에 앉아서 밥이나 음료를 먹고 그 서비스에 대한 감사를 하는 행위였는데,

요즘은 To-go (주문해서 가져가는 것)를 해도 포장비와 약간의 팁을 포함 시키고 있다.




한국에 팁문화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에 처음으로 팁문화 역사를 찾아 보았다.

팁 문화는 원래 16~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귀족이 하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관습이었는데, 그것이 런던의 커피하우스로 번졌다고 한다.

런던의 한 커피숍에서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서(To Insure Promptitude)’라고 적힌 박스에 동전을 넣도록 햇는데, 그 머리글자를 따와 팁(TIP)이란 말이 탄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끝난 뒤 유럽을 여행한 사람들이 유럽의 귀족 풍습을 가져와 따라하기가 유행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팁 문화였다.


그 팁문화는 자본가가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팁에 의존하도록 만든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팁이 '감사'의 의미인데, 미국은 저임금을 받는 이들의 주요 수입인 '임금'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현시대의 팁은 서비스업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주로 저임금을 받는 직종, 가령 바텐더, 서빙 종업원들에게 지불하고, 헤어샵이나 마사지와 같은 서비스를 받고 팁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외 이사짐, 집공사, 택시등 모든 서비스업에는 팁이 존재해 있다.


사실 한국에 방문할 때면 진심어린 서비스를 받고 감사할 때가 많다.

미국에서의 습관 때문에 팁을 더 드려야 할 듯 해서 돈을 더 두면, 당시에는 오히려 뭐하냐는 눈빛으로 거스름돈 챙겨가라며 돌려주셨다.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닌 감사의 의미로 두었지만, 한국식 정으로 대해주신 분께 드리는 팁은 웬지 예의에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세대에 살고 있고 시대는 흐르기에 그에 맞게 사회, 문화가 바뀌어 가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은 상당히 어색한 팁문화.

고용주들이 최저저저임금을 주기 위해 만들 팁문화인지, 진정 서비스업 직원들이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가게 하고 싶어 팁문화를 들이겠다는 것인지 진실은 모르지만, 의외의 문화수입에 관련된 뉴스를 보고 적잔이 당황했었다.


만약 팁문화를 들인다면 초반에는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 듯 하다.

이미 한국은 손님을 왕처럼 대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거기에 더해 조금의 팁을 주고 군림하는 진상 고객들이 많아지거나,

혹은 팁을 두지 않았다고 따라가서 손님을 잡고 싸우듯 따지는 종업원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한인타운에서 아주 가끔 볼 수 있다. 팁이 법적으로 무조건 내야하는 돈이 아니라서 덜 냈다고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한 그 손님은 다시 그 가게를 갈까.)


한국의 큰 호텔들은 이미 오래전 부터 팁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 일반 사회에도 미국의 팁문화를 왜 수입하는지 의문이다.


다만 바램은, 내가 좋아했던 그런 '한국의 정'이 깃든 업자와 고객간의 진심 어린 인사 문화가 변질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음식 맛 괜찬았어요?"

"네 ^^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많이 파세요~"

"또 봐요~ 조심히 가"



* 이미 몇번 보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관광객이 많은 도시에 몇 레스토랑에는 영수증에 직원보험료를 포함시키고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혹 영수증에 있더라도 그 insurance fee는 제외하고 음식 가격과 팁, 판매세만 내면 된다. 미국여행에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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