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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Jan 01. 2020

2019년 마지막을 맞으며

참 화려하게 쫄았던 해

치열하게 살았던 하루가 끝났다

브런치에 기록을 시작한 건 7월이지만 1월부터 매일 전쟁터 같던 한 해를 보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올해는 어떻게 보냈고, 내년에는 어떻게 살지 '나 홀로 연말정산'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올해는 아직 정산을 시작 못했다. 지난달에는 뭘 했지?라는 생각을 하면 아득한 상태, 어제 기억도 캘린더로 확인해야 하는 정신 빠는 하루들이었다. 퉁쳐서 올 한 해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사람은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를 체감했던 해였다. 


네가 그 상황이 안 되니까 이해를 못하는 거야

세상에서 이 말이 가장 싫다. 경험하지도 않은 상대방의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니?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말이 아닌가? 그 생각이 오만하고, 겸손하지 못했던 내 과거라는 것을 수많은 상황과 챌린지에서 경험했다. 같은 행동, 같은 말이라도 뼈 때리는 게 쿨하다고 믿었으니까... 그것 또한 이기적이란 걸 몰랐던 거다. 그래서 변하기로 했다. 감사하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뼈 때리는 말보다 훨씬 쿨하단 것을 배웠으니... 올해 나 홀로 연말정산은 후회보다는 감사함을 남기는 걸로 하련다. 


#1 우리 부모님

일도, 육아도, 가정도 위기의 몇 년이 흘렀다. 어디든 집중하지 못하고, 발만 간신히 올려놓는 상태. 확실히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도움을 구했던 곳은 부모님이었다. 회사 근처에서 1시간 거리의 광명까지 이사 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육아 지원 의지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다. 집 근처 5분 거리에서 살다 그것도 성에 안 차 부모님과 집을 합쳤다. 물론 싫어하시고 부담스러워하셨지만 몇 번의 설득 끝에 우릴 받아 주셨다. 그게 2019년 3월 1일.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집 걱정, 아이 걱정 없이 두 명의 부부가 없던 힘까지 내서 달릴 수 있게 만든 우리 부모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 우리 서린이, 제이

아내와 딸로 구성된 이 여인들은 하루에 접점이 가장 짧다. 10분을 만나도 이 여인들은 내게 힘을 준다. 가정에 위기를 거치며 내 삶에 가정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다. 같이 사는 거지, 뭐. 그 이상이 내게 필요했다. 일은 내가 지금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일로써 역할을 다한 것이다. 가정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야!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믿는다. 나의 경우엔 특별한 사람이라는 감정은 하루에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대화하거나 집에 들어오면 달려와서 반갑게 안아주거나, 먹을 것 하나 있으면 먹어볼래?라고 물어봐주는 호의들이었다. 그 호의가 있었기에 집에서 충전된 상태로 다시 회사로 출근할 수 있는 원동력들이 만들어졌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3 우리 전 대표님, Hugh 

도모에 좋은 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좋은 대표다. 대표가 된 첫날부터 Hugh가 좋은 대표였구나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했다. 내 고민을 같이 해주고, 고민할 것 같은 이슈들도 미리 준비해줬다. 언제나 고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 그래도 먼저 고민 상담을 청하지 않는 것이 내 숙제다. 그럼 습관 되니까... 철저하게 Hugh가 만든 도모를 거꾸로 뒤집어서 볼 것이다.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린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유지보다는 변화에 더 매력을 느끼는 내가 될 수 있게 가장 도와준 멘토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4 도모얀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조직에서 내가 할 몫이 무엇인가 스스로 고민하는 괜찮은 어른들. 부족한 나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충동도 많이 느꼈을 텐데 잘 이겨내고 한 걸음이 나아가고 있다.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모두에게... 이건 의지다. 


치열한 2019년 끝났다. 오늘만큼만 괜찮은 하루로 살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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