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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02. 2023

초등학부모가 된 첫날

겨울에 피는 꽃도 이쁘다

3월 2일. 오늘은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언제 커서 학교를 가나.. 매일 밤 울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는데 그 시절은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고, 아이는 벌써 학교에 간다. 아이도 학교가 처음, 엄마도 학부모로 학교가 처음. 모르는 것 투성이라 걱정과 설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어젯밤은 조금 떨렸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입학식도 제대로 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다행히 오전 10시부터 강당에 모두 모여 입학을 축하해 줄 수 있었다. 학교 생활의 출발에도 아이들에게 복이 듬뿍 왔구나 싶었다. 북적북적한 강당 안은 아이와 부모 서로 잡은 손 사이의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1학년 2반 푯말 앞에 줄 맞춰져 있는 의자에 아이를 앉히고 강당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봤다. 


정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구나-


-

아이가 3살, 어린이집을 처음 가던 날 나는 학부모가 되었다. 2돌을 넘기면 어린이집을 보내야지 생각만 하다가 정말로 아이를 떼어놓은 첫날, 어린이집 담벼락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워낙 눈물이 많기도 하고, 둘째가 이제 막 70일이 된 시점에서 첫째를 원에 보내고 나니, 아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혹여나 동생과 시간을 보내려 자신을 이곳에 데려다 놓는 것이 아닌지 3살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할까 미안함이 먼저 들었다.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이렇게 걱정이 많은데, 나중에 학교는 어떻게 보내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첫날, 5년 뒤 학교를 보낼 날을 상상했었다. 학교 교실은 혼자 찾아갈 수 있는지,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말을 못 하면 어쩌는지, 이상한 선생님을 만나면..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을 하곤 했다.


오늘이 5년 전 생각해 보았던 그날이다. 그때의 나는 걱정이 100%였다면 지금은 설렘이 걱정보다 크다. 물론 3월 아니, 몇 달 동안 학교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겠지만 시작하는 사람은 언제든 그 과정을 겪어내야 하지 않는가. 그 안에서 실패도 하고, 해내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삶의 방법들을 정말로 하나씩 배워나가는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7년 동안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늘 잘 해냈다. 그러니 이번에도 엄마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거두는 편이 맞다.


5년 사이 아이는 컸고 아이를 보는 나의 믿음도 커졌다. 


오늘 교장선생님의 말씀 하나.

"아이들은 모두 꽃이에요. 꽃은 봄에 피기도 하고,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 필 수 있어요.

봄에 피는 꽃만 이쁠까요? 아니에요. 언제든 꽃은 다 이쁩니다.

옆집 아이가 글을 잘 읽는다고 해서, 옆 짝지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마음 조급해하지 마세요.

모두 각자의 속도대로 꽃은 결국 핍니다. 겨울에 피는 꽃도 이뻐요"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내 바람은 하나였다. 좋은 어른을 만나면 좋겠다는 것.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이야기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소식들을 들을 때면 마음이 덜컹하고 내려앉는다. 친구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지만, 아이의 주변에 늘 좋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 좋은 어른이 아이의 선생님 그리고 학교 안에서 만나는 어른이면 얼마나 좋을까- 딱 그거 하나 욕심을 냈는데,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모두 다르고 각자의 계절이 있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를 더 집중해서 바라봤다. 얼마나 이쁜 꽃인지-얼마나 이쁠 때인지-


더 넓은 곳에서 맘껏 살아봐, 

엄마는 늘 뒤에서 든든하게 서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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