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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Dec 14. 2022

올 것이 왔다, 취학통지서

진짜 학부모가 된다

16년생 딸은 이제 내년이면 8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를 키우다 문득 드는 생각, 언제 이렇게 컸지- 학교를 간다고 하니 그 생각이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취학통지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 12월 중순쯤이면 취학통지서가 우편으로 온다고 하기에 요 며칠 아파트 입구를 오갈 때마다 우편함을 들여다봤다. '올 때가 됐는데... 취학통지서를 받아 들면 어떤 마음일까' 하면서-


아이의 이름 석자, 다닐 학교의 이름, 보호자의 성명, 예비소집일 날짜, 입학 날짜까지 쓰여있는 취학통지서. 처음 받아 드는 서류를 읽어보고 또 읽어봤다.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글자들이 붕 떠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글자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이상한 거겠지.

종이 한 장에 7년 동안의 시간이 하나씩 떠올랐다.




16년 2월 6일.

진료받으러 갔다가 양수가 새고 있다나 뭐라나.. 갑자기 잡혀 얼떨결에 분만실로 들어가 40시간 끝에 우리 딸을 만났다.


남들은 임신도 잘되던데 나는 1년이 걸려 시작부터 눈물을 쏙 뺐다. 누구는 숨풍하고 아이를 잘만 낳는다는데 나는 2박 3일이 걸려 출산을 했고, 누구는 100의 기적이라며 그 맘 때가 되면 통잠을 잔다는데 나는 여전히 2-3시간마다 젖을 물려야 했다. 누구는 모유가 넘쳐 쌓아 놓는다는데 나는 먹이고 싶어도 모자라 분유를 섞어 먹이며 미안해했고, 뭐가 잘못된 건지 가슴이 단단해져 스치기만 해도 아픈 젖몸살도 했다. 


왜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지- 아이를 가지고 낳고 키우는 일은 언제나 버겁고 힘들었다. 초보 엄마 시절 나 자신이 참 부족해 보였고 쓸모없어 보여 우울하기까지 했다. 다들 그런 걸까 아니면 나만 그런 걸까 싶어서 외롭기도 했다.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에게 온 귀한 딸 덕분에 엄마로 산 7년이 이제는 행복하다. 엄마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여줬고, 엄마라고 처음으로 불러준 아이. 그 감정을 어떻게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를 학교 보내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마도 어린이집을 처음 보낸 날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혼자 잘 해낼 수 있을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올지, 선생님과 친구들이 낯설 텐데 많이 힘들지는 않을지, 교실과 책상 자리는 잘 찾아서 앉을지,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말도 못 하고 참는 건 아닌지.. 아이를 학교로 들여보내고 집으로 오는 길,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걱정은 되지만 이제는 아이가 잘 해낼 거라고 믿기에 어린이집 첫 등원 날처럼 담벼락에서 혼자 우는 일은 없지 싶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 읽고 쓸 줄 알고, 화장실 볼 일 혼자 뒤처리 할 수 있고, 젓가락질할 수 있으면 입학 준비가 끝났다고 하던데 아이는 혼자 이것들을 이미 다 해냈다. 얼른 학교를 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이 걱정보다 기대가 된다.


진짜 학부모가 되면 더 잘 그리고 바르게 살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모의 영향은 아이가 어릴 때나 커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이제는 정말로 한 사람의 존재로 서로 이야기 나누고 대화가 가능한 나이가 되었기에 부모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보고 있을 것만 같다. 




키가 훌쩍 커서 이제는 내 가슴만큼 오는 아이. 

오늘 열심히 놀고 늘 내일을 기대하는 아이.


너의 진짜 시작,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해.

앞으로도 계속 엄마는 너를 응원할게.

많이 많이 축하하고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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