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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Dec 01. 2022

32살 차이나는 여자 둘

사춘기마냥 나와 눈도 마주치지않고, 저만치 떨어져 외로이 걷는 아이.

육아도 아이와 나, 사람 사이의 관계라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참 마음같지않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원은 7세까지 낮잠을 잔다. 오전 1-2시간 야외활동을 하기에 낮잠을 자지않고 생활을 하면 아이들에게 힘든 하루가 된다. 몸도 마음도 움직임을 멈추고 쉬는 시간, 낮잠. 몸이 피곤하면 바로 짜증이 늘고 친구들과 다툼이 생기고ㅡ나와 친구, 선생님.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낮잠은 필요하다. 학교들어가기 전 유아에게 낮잠은 쉼이고 충전이라 필요하다는 걸 인정은 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말이 달라진다. 조금씩 크는 아이들은 낮잠 덕분에 밤에 좀처럼 잠들기가 어렵다. 밤 10시면 잠이 들던 아이들이 이제는 11시반까지 취침시간이 미뤄졌다. 

잠자리 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8시반~9시부터 거실에 불을 끄고 방에 모여 책을 본다. 9시쯤 모든 불을 끄고 이제는 잘 시간임을 강력하게 알려준다. 환경은 잘 준비가 되었지만 정작 자야할 당사자들은 어둠속에서도 열심히 논다. 처음엔 컴컴해서 무섭다더니 이젠 그 안에서도 둘이 놀이가 이루어진다. 적응이 아주 빠르다. 쓸데없이.


엄마가 같이 안자니까, 잠이 안오니까..여러 이유로 밤잠이 늦어지니 당연히 아침에 일어니가도 힘들다. 7시에 깨우면 나오던 아이가 이제는 8시에도 눈을 뜨지못한다.  9시면 집에서 나가야하는데 출발 1시간 전에 자고 있으면 어쩌라는건가ㅡ어르고 달래고..결국 안고 나와 식탁에 앉힌다.


8시반까지 식사가 끝나야 양치하고 옷을 입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식탁에 앉으니 이미 15분이 날아갔다. 밥은 먹여야겠고..눈도 못 뜬 아이의 입에 숟가락을 억지로 넣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화가 치밀어 아이들에게 아침부터 잔소리 폭탄을 날릴 게 뻔하다. 이렇게 일어날거면 밤에 일찍 자라- 이 시간에 일어나면 어떻게 등원을 하냐- 잔소리는 첫마디가 힘들지...한마디 터지면 끝도없이 쏟아지기에 어떻게든 조용히 아침을 시작하려고 더 부지런을 떨었다. 시간이 정해져있으니 세월아 네월아 하며 스스로 하게두던 씻고 옷입기 낀지도 내 몫이 된다.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한 전쟁통에 자기주도와 인내는 갖다버려야한다.


그렇게 하루,이틀...

오늘 아침, 삼키고 묵혀둔 말들을 하나씩 꺼냈다.

"15분 남았어. 시간되면 밥 다 못먹어도 가는거야ㅡ

밥 씹고있어?

늦게 자니까 이렇자나, 매일 이렇게 할거야?

오늘부터는 절대 일찍 자! 알겠지? 가만히 누워서 자"


잠이 아직도 덜 깼고, 나는 더 자고싶은데 자꾸 뭘 시키고, 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아이들은 서로 툭툭 건드리고, 밥은 다 먹지도 못했고...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아침인데 엄마의 잔소리,엄포까지. 한 명을 내 말을 듣는건지 마는건지 알 수가 없고, 한 명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등원하는 길.

아직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둘째는 보통의 날처럼 내 손을 꼭잡고 아무일없는 듯 가는데, 첫째는 눈을 마주치지도않고 모르는 사람마냥 저 뒤에 혼자 걸어온다. 누가보면 엄마와 아들이 손잡고 가고 이 아이는 혼자 학교가나보다 싶을 정도로 뚝 떨어져서 말이다. 엄마에게 할 말은 많지만 하기도 싫다는 것처럼 말을 걸어도 대꾸없이 몸도 마음도 거리두기를 한다. 순간 저녀석에게 사춘기가 오면 매일이 이렇겠지ㅡ나는 더 입을 닫아야겠지ㅡ조만간 올 것만 같은 장면에 한숨부터 나왔다.





화가나면 입을 꾸욱 다무는 게 꼭 나를 닮았다.

어떨 때는 "엄마도 그랬잖아!" 언성을 높여 또박또박 따지지만, 대부분은 방에 혼자 들어가 침묵을 선택한다. 그러다 혼자 화가 풀려 나오기도 하고 한참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아 내가 빼꼼하고 방에 들어가 대화를 청하기도 한다.



7살, 곧 8살.

32살 차이나는 여자 둘이 티격태격대는 시기가 시작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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