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이테로 쌓이기 시작한다

나이듦에 대한 서사

by 우혜진 작가

유난히 피부가 건조한 나는 찬바람이 불면 핸드크림이 필수품이 된다. 11월쯤 건조해지기 시작하면 귀신같이 손이 불편해지고 기름기가 쫙 빠진 그 느낌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3월까지 몇 개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크림을 발라야 손이 내 것인 양 편한 상태가 된다.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은 일이지만, 그것 또한 나이듦의 증거 같아서... 가끔은 서글픈 마음이 든다.



손이 건조하다 보니 상처도 쉽게 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긁히거나 찍히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에 쳐다보면 어느새 상처가 나있고 그 상처는 이제 깨끗하게 낫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상처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자국조차 남지 않고 없어지던데... 나는 연고를 매일같이 챙겨 바르며 공을 들여도 흉터로 결국 남는 걸 보면 내 몸이 안쓰럽다. 하필 손가락에 흉이 지면 가다 오다 내 눈에는 어찌나 잘 띄는지...

여기저기 상처가 낫지 않고 나이듦을 알려준다.





이제는 상처도 고스란히 자국을 남긴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이 물음에 "아니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어릴 때는 나이 드는 것이 싫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나이를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나 또한 지금이 좋다. 돌아간다면 '젊음'이라는 무기가 생기지만, 그 무기 또한 사용하기 나름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지나 보니 특권이었던 '젊음'



'취직' 지상 최대의 목표 앞에서 보잘것없는 나를 마주하던 날들.

'연애' 즐거운 관계에서 상대를 맞춰주기 바빴던 날들.

'20대' 지금이 제일 빛나는 나이인 것조차 몰랐던 날들.

'사람' 대인관계에서 나의 포지션을 찾느라 힘들었던 날들.



결국 수없이 흔들리는 젊음을 지나오니 몸도 마음도 늙었고 그만큼 성숙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상처조차 이제는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고 나이테처럼 남는 나이가 되었지만, 세상을 조금은 나의 방식으로 살고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마도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 싫은 이유일 것이다.







몸에 남는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이제는 조절하는 능력이 조금은 생겼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이나 20대 때에는 내 주변의 사람과 무엇이든 함께 하려 했고 나누려 했고 그러면서 상처도 받았다. 왜 나만 손해 보느냐, 내 마음을 몰라주냐 속앓이를 하기도 하고 겉으로 티를 내기도 했다. 상대방과 나를 동일시했던 시간들... 그러면서 조금씩 '관계'에서 나만의 거리를 찾았고 그들과 나의 사이를 내 마음대로 조절하려 들지 않았다.



이제는 나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면 나이듦이 의미 있는 것 아닐까.

20대에 상처가 있었다면 가리기 바빴을 텐데 지금은 그런가 보다 하며 바라보는 여유. 힘듬도 상처도 불편함도 모두 지나갈 일이고 함께할 일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이 느긋해진 건 사실이다.



상처를 바라보며 슬프기보다 그럴 때가 되었다는 인정을 하는 것.

나이듦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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